배꼽 주변에 악어 모양 무늬가 있는 아이가 대형 할인점에서 실종됐다. 이를 계기로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에게 문신 새겨주기 열풍이 분다. (그런데 한편) 생선 행상을 하는 한 남자가 홧김에 술집 여종업원을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하기 위해 여행가방을 산다. (그런데 마침) 그 속에서 실종된 아이가 나오지만 생선 행상 부부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데 한편) 연예계에 데뷔하고자 하는 생선장수의 딸은 못생긴 다리 때문에 오디션에서 연거푸 탈락한 뒤 다리에 자해를 가해 절단수술을 받는다.
(그런데 우연히) 이 딸은 아이의 실종 때문에 문책당한 할인점 보안실장과 채팅을 주고받다가 ‘악어문신 아이’에 대한 얘기를 흘린다. (그와 관계없이 한편) 술집 여종업원을 죽인 남자는 시신을 토막 내 한강에 버린다. (그래서는 아니지만 한편) 그의 딸인 연예계 지망생도 휠체어를 탄 채 한강에 몸을 던진다. (왜 그래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휠체어가 가라앉은 곳에서는 수십 구의 부패한 시체가 떠오른다. (그 점과 관계있는지는 모르지만) 소설의 제목은 ‘악어떼가 나왔다’다.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신예작가 안보윤(25) 씨의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의 줄거리다. 아이의 실종, 술집 여종업원 살해, 연예계 지망생의 자해, 한강의 부패 시체 사건 등 네 개 에피소드를 탄탄히 엮어놓은 듯하다. 그러나 이 소설의 얼개를 이루는 것은 ‘그래서’의 인과적 전개가 아니다. 컬트영화를 연상시키는 냉혹한 에피소드들이 자아내는 긴장은 일부러 느슨하게 꾸며둔 연결관계와 더욱 선명히 대비된다. “이 소설은 알레고리(愚意) 소설이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미리 정해놓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잔혹하되 코믹하다”고 평론가 류보선은 말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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