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지사에 갓 부임해온 당신. 어느 날 ‘운전사에게 세차를 해두라고 이야기하라’고 하녀에게 부탁한다. 퇴근해 보니 하녀는 울고 있고 운전사는 사직서를 내민다. 무슨 일일까? 집을 비운 사이에 운전사가 하녀에게 못된 마음이라도 먹었던 것일까?
잘못은 당신에게 있었다. 이 하녀는 운전사보다 신분이 낮았다. 하녀는 주인의 명령이라 분부를 전했지만 운전사는 비천한 신분의 여자에게 지시를 받았다는 점을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인도에서 사람을 상대할 때는 신분 관계를 상세히 고려해야 한다.
지구 위의 자본과 인력, 조직이 자유롭게 흘러 다니는 21세기. 그러나 각각의 문화권이 가진 고유한 관습과 심층심리, 문화적 기호들은 통합되지도, 이동하지도 않는 ‘마음의 성벽(城壁)’으로 남아 있다. 사소한 무관심이 오해와 충돌을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 태국 싱가포르 프랑스 덴마크 미국 인도 멕시코 쿠바 터키 등 10개국을 각각 다룬 이 시리즈에 지도, 환율, 볼거리에 대한 정보는 들어있지 않다. 각국의 상세한 역사나 통계자료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지구 저쪽에서 우리와 달리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을 여행할 수 있는 마음의 지도를, 관습을 ‘번역’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저자들은 각각 해당 국가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서구의 학자나 문필가다. 여행자보다는 유학, 연수 등으로 저쪽 사회에 몇 달 또는 몇 년이라도 편입되어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게 요긴할 정보다.
덴마크 사람들은 “우리야 작은 나라죠”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작은 반도와 섬들뿐이니 그렇겠지요…”라고 대꾸했다간 헛짚는 것이다. 그들은 ‘작아도 잘산다’는 자부심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심지어 옆에서 듣던 꼬마가 끼어들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유럽에서 가장 넓어요. (덴마크에 속한 자치령인) 그린란드 섬 하나만 해도 200만 km²가 넘는데요.”
터키는 국민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는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표현해도 될까? 그것은 당신이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아주 다르다. 터키 남자들은 이성을 따라다니면서 휘파람을 불고 공공연히 친구들에게 떠벌리는 것이 정상이다. 반면 여성들은 새침을 떼는 것이 미덕이다. 여성의 새침이 무관심의 표현이라고 이해하면 손해다. 터키 여성이 외국에 나가면 ‘남자들이 관심을 안 보이네’라며 우울증에 빠지곤 한다나.
눈을 안 맞추며 말하는 것은 태국에서 공손함의 표시이지만 서양인에게는 사실을 숨기는 것으로 비친다. 서양에서는 손을 살짝 잡는 악수를 기분 나빠 하지만 동양인은 손을 꽉 잡힐 때 지배당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싱가포르 친구를 집에 초대했는데 친구가 “가고 싶지만 어려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우리와 싱가포르인에게는 당연히 ‘못 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서양인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가겠다’는 말로 알아듣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 ‘컬처 퀴즈’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진실과 거짓’ 등 다양한 정보가 실려 있다. 10권이 먼저 발매됐고, 앞으로 40권이 추가로 발매될 예정.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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