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는 일반인에게는 과외 폐지와 졸업정원제로 대표되는 1980년의 ‘7·30교육개혁조치’를 주도하며 5공화국 교육정책의 기틀을 세운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1960년대와 7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의 현대철학을 국내에 소개한 대표적 철학자였다.
독일 튀빙겐대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가 1964년 출간한 ‘현대철학의 이해’는 해석학, 현상학, 실존철학, 삶의 철학, 언어철학 등 유럽의 다양한 철학사상을 국내에 체계적으로 소개한 첫 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후 연속 3부작이라 불리는 ‘사람됨의 뜻’(인간학), ‘말의 힘’(언어철학), ‘앎과 삶’(해석학)을 발표하면서 국내 현대철학의 가장 탁월한 안내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단계는 1970년대에는 마르쿠제를 비롯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을 국내에 체계적으로 소개했다. 이런 비판적 사회의식은 산업화하는 한국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철학과 교육철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단계는 한국교원대 초대 총장, 대통령비서실장을 거쳐 주 일본대사로 1988년 관계를 떠난 뒤 2002년 4월 타계할 때까지 꾸준히 책을 펴내 47권의 저서와 490편의 논물을 남겼다.
9권으로 된 이번 선집은 연세대 철학과 교수시절 제자인 연세대 오인탁, 김영근, 박순영 교수와 경희대 안정수 교수, 나사렛대 윤재흥 교수와 단계의 부인 황수남 씨가 참여해 수많은 저서 중 학술적 평가가 뚜렷한 작품 중심으로 선정했다. 오인탁 교수는 “단계 선생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학자였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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