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577년 바로크 미술 거장 루벤스 출생

  • 입력 2005년 6월 28일 03시 03분


역사화 종교화 풍경화 인물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넘나드는 폭넓은 작품세계, 화면 가득 넘쳐흐르는 생동감과 힘찬 선, 화려하고 풍부한 색채, 웅장하고 변화무쌍한 구도, 야성적이고 관능적인 표현….

17세기 유럽 바로크 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 그가 1577년 6월 28일 독일 베스트팔렌의 지겐 지방에서 태어났다. 11세 때 아버지의 고향 벨기에로 돌아간 루벤스는 그곳에서 고전 미술과 라틴어를 배우며 화가의 꿈을 키워 나갔다.

23세가 되던 1600년, 이탈리아 유학을 떠나면서 그의 미술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막 떠오르기 시작한 바로크 미술을 접한 것이었다.

이후 그의 미술은 바로크와 동의어로 변해 갔다. 루벤스의 작품을 보면 바로크의 미술이 그대로 드러난다. 바로크는 17∼18세기 서유럽에서 유행했던 예술적 경향 또는 양식. 바로크라는 용어는 ‘비뚤어진 모양의 진주’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바로코(barocco)에서 유래됐다.

바로크 거장으로서의 진면목은 여체(女體)의 표현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여인의 살결을 묘사하는 데에는 당대에 이미 1인자로 꼽혔다.

대표작 ‘레우키포스의 딸들을 납치하는 디오스쿠로이’에서 잘 드러나듯 루벤스의 여성은 단정하고 날씬한 여체가 아니다. 풍만하고 힘이 넘친다. 남성보다 더 역동적이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아 뚱뚱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풍만함은 발랄한 관능으로 절묘하게 이어진다. 또한 힘이 넘치되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화려하다.

이 같은 여체의 표현에 루벤스는 강렬한 빛을 사용하기도 하고 그때까지 유행했던 좌우대칭 구도를 과감히 무너뜨리기도 했다. 때로는 여성의 몸 자체를 뒤틀린 모습으로 표현했다. 유럽 회화사에서 당시까지는 전혀 만날 수 없었던 새롭고 역동적인 여성 표현이었다. 그래서 다이내믹하고 드라마틱하다.

균형 조화 대칭의 안정된 구도에 집착했던 16세기 르네상스 미술. 그 정적(靜的)인 틀을 뒤흔든 것이 바로 바로크 미술이었고 화가 루벤스였다. 그리고 그 같은 변화의 핵심은 여성의 신체에 대한 참신한 접근과 표현이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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