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송강호씨, 강우석감독 사과요구 회견

  • 입력 2005년 6월 30일 03시 14분


영화배우 최민식(왼쪽) 송강호 씨가 29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우리를 제작비 상승의 원흉인 것처럼 실명을 거론한 강우석 감독은 공개 사과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뒤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원건 기자
영화배우 최민식(왼쪽) 송강호 씨가 29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우리를 제작비 상승의 원흉인 것처럼 실명을 거론한 강우석 감독은 공개 사과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뒤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원건 기자
배우 최민식과 송강호가 29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근 ‘높은 개런티를 받으면서 제작사 지분을 요구한 배우’로 자신들을 실명 거론한 강우석 감독에 대해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로써 강 감독 및 영화제작가협회가 ‘스타의 권력화’를 비판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스타의 개런티와 지분 요구 문제는 강 감독 개인과 스타배우의 대결이라는 새로운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두 배우는 이날 강 감독이 23일 기자들을 만나 자신들의 실명을 거론한 것을 그대로 보도한 25일자 조선일보에 대해 반박 해명하면서 “강 감독이 공식 사과하지 않는다면 법리적 해석을 통한 대응(법적 대응)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민식은 ‘망발에 가까운 폭언’ ‘인신공격성 발언’ 등의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강 감독을 비난했다. 그는 “강 감독의 폭언으로 우리는 ‘제작사는 망해도 내 배만 불리는’ 악덕 배우의 수괴가 되어버리는 명예 훼손을 당했다”면서 “지금까지 배우로서 온몸이 부서져라 연기했다. 나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 제작자가 제시하는 금액에서 큰 오차(차이)가 나지 않는 선에서 개런티 협상을 하고 때론 ‘요만큼 더 달라’고 하는 배우의 경제적인 활동이 이렇게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이냐”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송강호는 “앞으로 관객이 스크린에서 나를 볼 때마다 ‘제작사 지분이나 개런티만 밝히는 배우’로 인식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잠이 안 오더라”면서 “마녀사냥이다. 정신적 상처와 함께 배우로서 받는 타격을 강 감독이 어떻게 책임질 건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이와 함께 최근 촬영에 들어간 총 제작비 120억 원 예산의 영화 ‘괴물’(봉준호 감독)에서 자신이 받은 개런티는 5억 원이며, 수익의 5%를 받기로 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절대수치로는 많을 수 있지만 120억 원짜리 영화에서 출연료 5억 원이 한국영화 경쟁력 하락의 원흉으로 지탄받아야 할 불합리한 출연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 감독은 휴대전화를 받지 않아 통화가 되지 않았다. 강 감독이 대주주인 시네마서비스 고위관계자는 “강 감독은 이번 사태가 개인 간 감정문제로 비쳐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면서 “현재 사과문을 준비 중이며 곧 언론을 통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스타 권력화’ 손보려다 갈등만…▼

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회장 김형준)가 한국영화의 열악한 제작환경 요인으로 거론한 ‘스타 권력화’ 문제는 높은 개런티를 요구한 배우로 실명 거론된 최민식 송강호 씨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당초 문제 제기의 핵심을 비켜나며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싸움=지난해 하반기부터 제협은 한해 영화관객 1억2000만 명 돌파, 국내 영화산업 연평균 성장률 18%라는 ‘호화로운’ 수치에 비해 실제 제작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현실을 두고 해법을 모색해왔다. 급변하는 제작환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내 최대 매니지먼트 회사인 싸이더스HQ가 영화제작에 뛰어드는 등 연예기획사들의 제작 진출과 지나치게 높은 스타의 개런티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여기에는 일부 신생 제작사들이 스타에게 먼저 제작사 지분을 제안하면서 캐스팅에 열을 올리는 데 불만을 가진 기존 제작사들의 정서도 반영됐다. 제협은 “스타들의 몸값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현실적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것으로 보았고, 성명서 채택이라는 공개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매니지먼트 회사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제협의 기자회견을 닷새 앞두고 강우석 감독이 한발 앞서 나서는 과정에서 최민식 송강호의 실명을 거론했고, 이것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면은 ‘한국영화의 제작 체질 개선’에서 비켜나 강 감독 대 일부 스타의 갈등으로 변질됐다. 제협은 강 감독에게 실명 거론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지만 강 감독이 직접적 사과를 일단 거부함으로써 사태가 확산됐다.

▽강 감독과 제협의 문제 제기는 타당한가=‘고비용’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스타들의 높은 개런티와 지분 요구’에서 찾은 제협의 논리는 현실적으로 타당하다. 상업영화에서 많은 경우 총 제작비의 20% 이상이 스타 한두 명의 몸값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협이 제작사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극장부율(극장과 제작사의 입장수익 배분율. 현재는 5 대 5)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스타와 연예기획사에만 초점을 맞춰 도의적 차원에서 비난한 전략도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협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스타 감독들이 2억∼3억 원의 높은 연출료와 함께 많게는 제작사 지분의 30∼50%를 요구하는 현실을 제협이 도외시한 것은 균형 있는 문제 제기가 아니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말단 스태프의 경우 영화 한 편당 200만 원가량의 낮은 보수에 고통받는 현실을 제작자들이 지적했지만, 촬영감독 등 일부 핵심 스태프의 경우 편당 1억 원까지 받아가는 현실에 대해 침묵한 점도 문제다.

이번 제협의 문제 제기가 ‘고비용’ 문제에만 편중돼 있다는 비판도 있다.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시장 개척의 문제가 제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극장에만 편중(80%)된 영화제작의 수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해 DVD 비디오 등 부가 판권 시장을 넓히려는 노력이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한국영화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제협의 이번 문제 제기가 ‘밥그릇 키우기’보다는 ‘남(스타) 몫의 밥을 줄이려는’ 집안싸움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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