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스페셜-생존’ 3부작 다큐 방영

  • 입력 2005년 7월 1일 03시 11분


대구 지하철 참사 생존자인 안상선 씨. 사고 후유증으로 고통받던 안 씨는 MBC스페셜 ‘생존’이 촬영되는 동안 제작진과 만나 사고 증언을 했지만 5월 29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 제공 MBC
대구 지하철 참사 생존자인 안상선 씨. 사고 후유증으로 고통받던 안 씨는 MBC스페셜 ‘생존’이 촬영되는 동안 제작진과 만나 사고 증언을 했지만 5월 29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 제공 MBC
#1. 1997년 8월 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탔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유정례(47) 씨. 남편을 잃은 슬픔도 잠시. 그녀는 이후 집안 곳곳에 소화기를 놓아두었다. 그것도 모자라 문이란 문은 모두 열어두고 눈부실 정도로 밝은 형광등을 모두 켜놓은 채 살고 있다.

#2. 2003년 2월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생존자 최은주(39) 씨는 사고 이후 연기 냄새에 민감하다. 담배 연기, 자동차 매연, 심지어 굽거나 튀긴 요리조차 그을린 냄새 때문에 모두 거부한다. 사고가 난 지 2년이 됐지만 그녀는 아직도 손수건 없이는 바깥출입도 할 수 없다.

예상치 못한 사고. 그 순간은 짧고 기억은 오래간다.

1993년 목포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사고,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9년 씨랜드 화재 참사 등 지난 10여 년간 대한민국은 ‘대형사고 왕국’이었다. 수많은 참사 속에서도 기적의 생존자들은 있었고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대부분 이사를 하거나 하던 일을 접고, 외부 접촉을 꺼리고 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MBC스페셜-생존’(일 밤 11시 30분)은 재난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3부작 르포형 다큐멘터리. 지난해 8월부터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재난 사고 이후 생존자들이 겪는 후유증과 삶의 변화를 담아냈다.

제 1부 ‘기적의 생존자들, 그 후’(3일)에서는 각 재난사고의 생존자 6명을 밀착 취재, 사고 이후 달라진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또 다른 재난이라 불리는 아동 폭력 피해자인 일본인 마쓰오카 야스코(25) 씨의 모습도 볼 수 있다.

2부 ‘재난 생존자들의 정신적 후유증, 그 비밀은?’(10일)에서는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생존자 50명과 그 유족들의 삶을 보여주고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류인균 박사가 이들의 뇌신경망을 연구, 일반인들과 어떻게 다른지 의학적으로 분석한다.

3부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17일)에서는 미국과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통해 대형 참사 후유증 극복 방법을 알아본다.

홍상운 PD는 “지난해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10주년을 맞았고 올해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0주년이 되면서 재난사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면서 “생존자들의 삶을 통해 재난사고가 끝나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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