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003년 2월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생존자 최은주(39) 씨는 사고 이후 연기 냄새에 민감하다. 담배 연기, 자동차 매연, 심지어 굽거나 튀긴 요리조차 그을린 냄새 때문에 모두 거부한다. 사고가 난 지 2년이 됐지만 그녀는 아직도 손수건 없이는 바깥출입도 할 수 없다.
예상치 못한 사고. 그 순간은 짧고 기억은 오래간다.
1993년 목포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사고,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9년 씨랜드 화재 참사 등 지난 10여 년간 대한민국은 ‘대형사고 왕국’이었다. 수많은 참사 속에서도 기적의 생존자들은 있었고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대부분 이사를 하거나 하던 일을 접고, 외부 접촉을 꺼리고 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MBC스페셜-생존’(일 밤 11시 30분)은 재난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3부작 르포형 다큐멘터리. 지난해 8월부터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재난 사고 이후 생존자들이 겪는 후유증과 삶의 변화를 담아냈다.
제 1부 ‘기적의 생존자들, 그 후’(3일)에서는 각 재난사고의 생존자 6명을 밀착 취재, 사고 이후 달라진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또 다른 재난이라 불리는 아동 폭력 피해자인 일본인 마쓰오카 야스코(25) 씨의 모습도 볼 수 있다.
2부 ‘재난 생존자들의 정신적 후유증, 그 비밀은?’(10일)에서는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생존자 50명과 그 유족들의 삶을 보여주고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류인균 박사가 이들의 뇌신경망을 연구, 일반인들과 어떻게 다른지 의학적으로 분석한다.
3부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17일)에서는 미국과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통해 대형 참사 후유증 극복 방법을 알아본다.
홍상운 PD는 “지난해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10주년을 맞았고 올해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0주년이 되면서 재난사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면서 “생존자들의 삶을 통해 재난사고가 끝나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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