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사운드 오브 뮤직’의 고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 입력 2005년 7월 1일 03시 58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부르며 지나던 미라벨 광장의 페가수스 분수 뒤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잘츠부르크 구시가의 교회 첨탑과 돔이 보인다. 산정의 성채는 호헨 잘츠부르크 요새. 사진 제공 잘츠부르크 관광청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부르며 지나던 미라벨 광장의 페가수스 분수 뒤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잘츠부르크 구시가의 교회 첨탑과 돔이 보인다. 산정의 성채는 호헨 잘츠부르크 요새. 사진 제공 잘츠부르크 관광청
○ 영화 개봉 40년… 8월부터 ‘∼싱얼롱’ 이벤트

‘사운드 오브 뮤직.’ 이 영화를 지난주에 ‘다시’ 봤다. 그것도 영화의 무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촬영지를 둘러보는 여행을 마친 뒤, 방안에서 TV로 본 게 아니라 대형 스크린의 영화관에서 감상했다. 그뿐일까. 노래가 나오는 대목에서는 자막의 가사를 보며 함께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나치완장을 한 병사가 나타나면 야유를 보내고 마리아와 폰 트랩 대령의 첫 키스 장면에는 박수 갈채와 폭죽 세례도 보냈다. 8월 잘츠부르크에서도 시작될 ‘사운드 오브 뮤직 싱얼롱’의 시연회 장이었다.

그곳에 특별한 사람이 나타났다. 영화 중 ‘아이 엠 식스틴 고잉 온 세븐틴’을 불렀던 샤미언 카(일곱남매 중 맏딸 ‘리슬’ 역)였다. 영화 개봉 40년을 맞은 올해, 사춘기 소녀였던 리슬은 환갑을 갓 넘긴 할머니가 됐다. 그 리슬은 직접 ‘아이 엠 식스틴 고잉 온 세븐틴’을 불렀다. 리슬의 꿈꾸는 듯한 푸른 눈동자, 앳되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는 여전했다. 모두가 잘츠부르크의 영화 배경처럼 한결같았다.

○ ‘파노라마 투어스’ 버스로 촬영지 환상의 순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도레미 송을 부르는 마리아와 아이들.

5∼7월의 잘츠부르크. 그 찬란한 풍광은 영화 이상이다. 공중 촬영한 잘츠카머구트(수많은 호수가 이어진 계곡)와 잘차흐 강변의 중세성곽도시(잘츠부르크) 풍경으로 시선을 붙잡는 영화의 첫 장면. 이어 견습수녀 마리아(줄리 앤드루스)가 미사 시간도 잊고 초원에서 ‘더 힐 이스 얼라이브’를 노래하는 장면은 잊지 못할 풍경이다.

영화 촬영지를 둘러보는 ‘파노라마 투어스’의 버스 투어는 매일 오전 9시 미라벨 광장에서 출발한다. 오후 2시까지 중요 촬영지를 들르는 이 버스에는 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노년의 여행객들은 모두 영화를 수십 번 본 듯 가사를 줄줄 외웠다. “도레미 송은 내 아들, 내 손자가 모두 말문을 떼자 배운 첫 노래일 걸. 아마 ‘성조기여 영원하라’(미국 국가)보다 더 친근할 거요.”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온 한 노인의 말이다.

이 투어의 백미는 촬영 현장이 아니라 가이드를 한 투어회사 사장 슈테판 씨의 재미난 설명이다. 그는 엔터테이너 수준의 코미디를 더한 안내로 여행자의 귀를 사로잡았다. 헬브룬 성 정원의 가제보(팔각형 유리집) 출입문이 잠긴 이유를 들어보자. 한 여성 관광객이 영화 속 리슬처럼 벤치 위를 폴짝폴짝 뛰면서 ‘아이 엠 식스틴…’을 부르다가 넘어져 엉덩이뼈가 깨진 뒤 출입을 통제한다고 한다.

호숫가의 폰 트랩 대령 저택(레오폴트스크론 캐슬), 가제보가 있는 헬브룬 성, 영화 첫 장면의 잘츠카머구트…. 버스 투어는 촬영지 곳곳을 아우른다. 특히 잘츠카머구트에서는 볼프강 호반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 상트길겐에도 들르는데 이곳은 모차르트의 어머니 안나 페르틀의 고향이다. 폰 트랩 대령과 마리아의 결혼 장면을 촬영한 몬트 호반의 대성당도 빠질 수 없는 코스다.

영화에서 폰트랩 가족의 저택으로 나오는 레오폴드스크론 성.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스토리는 실제 이야기다. 그러나 모두가 사실인 것은 아니다. 합창대회장을 몰래 나와 알프스 산맥을 넘어 스위스로 탈출하는 마지막 부분은 할리우드식 연출이다. 폰 트랩 대령 일가는 1938년 오스트리아가 나치 치하에 들어가자 소풍가는 척하며 기차로 잘츠부르크를 나서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를 경유해 영국 런던에서 미국행 배를 탄다. 그동안 여행 경비는 가족공연을 통해 조달했다.

영화는 이들이 잘츠부르크를 탈출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폰 트랩 대령의 가족사는 현재까지 이어진다. 폰 트랩 부부는 결혼 후 세 아이를 낳고 미국과 유럽에서 ‘트랩 패밀리 싱어스’라는 이름으로 순회 공연을 펼친다. 그리고 1941년 잘츠부르크와 자연환경이 꼭 닮은 미국 동부 버몬트 주의 스토에 정착해 ‘코르 우눔’(‘한마음’이라는 뜻)이라는 농장을 운영한다. 부부는 세상을 떴고 농장 뒤의 가족묘원에 함께 안치됐다. 농장의 샬레(알프스풍 목조건물) 자리에는 ‘더 트랩 패밀리 로지(www.trappfamily.com)’라는 호텔이 섰고 현재 막내아들 요하네스 폰 트랩이 운영 중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 싱얼롱’ 시연회장인 모차르트 키노에서 만난 ‘리슬’역의 샤미언 카. 아래는 그가 동아일보 독자에게 보낸 자필 사인 ‘with love’이다.

○여행정보

▽사운드 오브 뮤직 싱얼롱=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야유와 환호, 박수갈채와 폭죽 세리머니를 펼치는 이벤트. 사운드 오브 뮤직 싱얼롱은 런던에 이어 8월부터 잘츠부르크에서도 참가할 수 있다. www.singalonga.net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매일 오전 9시∼오후 2시(4시간 소요). 영어 가이드. www.panoramatours.com

▽잘츠부르크=잘츠부르크의 구 도시는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됐다.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는 내년 ‘모차르트 2006’(www.mozart2006.net)을 펼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올 ‘잘츠부르크 서머 페스티벌’은 25일∼8월 31일 열린다. www.salzburg.info

잘츠부르크=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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