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양을 직접 지칭하는 경우로, 群(무리 군)은 군집생활을 하는 양의 특징을, 羌(姜·종족 이름 강)은 원래 양(羊)을 치며 토템으로 삼아 살던 중국 서북쪽 사람(인·인)들을, 養(기를 양)은 양(羊)을 먹여(食·사) ‘기르는’ 모습을 그렸다.
둘째, 양고기는 뛰어난 맛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羔(새끼 양 고)는 구이(火·화)에 쓸 ‘어린 양’을, 羹(국 갱)은 양(羔)으로 곤 맛있는(美·미) ‘수프’를, 羨(부러워 할 선)은 양고기에 군침 흘림(연·연)을 그렸다. 또 羞(바칠 수)는 양고기(羊)를 들고(又·우) ‘바치는’ 모습인데, 맛난 음식을 드릴 때 하는 겸양치레에서 ‘부끄러움’의 뜻이 나왔다.
셋째, 아름다움과 정의의 상징이다. 美는 양(羊)의 가죽을 덮어쓴 사람(大·대)에서 양을 잡을 재주를 가진 ‘뛰어난’ 사람을 그렸는데, 큰(大) 양(羊)일수록 유용하며 유용한 것이 ‘아름다움’이라 풀이하기도 한다. 義(옳을 의)는 날이 여럿 달린 창(我·아)에 양 장식이 더해진 ‘의장용 창’으로부터, 종족 내부의 결속을 도모하고 배반을 응징하는 ‘정의로움’의 뜻이 나왔다.
이런 상징의 양은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祥(상서로울 상)은 羊을 숭배(示·시) 대상으로 삼았음을 보여주며, 정의를 판별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善(착할 선)은 원래 말다툼(.·경)을 양(羊)의 신비한 능력으로 판정해 준다는 神判(신판)의 의미를 그렸고, 詳(자세할 상)도 羊이 審議(심의)하여 판단할 수 있도록 ‘상세히’ 말하다(言·언)는 뜻이다.
넷째, 희생양에서 보듯 양은 희생물의 대표였다. 犧(희생 희)는 원래 羲(숨 희)로서, 의장용 칼(義)에 목 잘린 돼지가 더해져 제사에 쓸 희생을 그렸는데, 이후 소(牛·우)가 더해졌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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