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 보관 이성계 어진 박물관으로 옮겨야”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태조 이성계 어진. 동아일보 자료사진
태조 이성계 어진. 동아일보 자료사진
“원래 보관 장소인 전주 경기전(慶基殿)에 그대로 있어야 한다.”(전북 전주시, 전주 이씨 종친회)

“수장고 시설이 좋은 박물관으로 하루빨리 옮겨야 한다.”(문화재 전문가들)

조선시대 어진(御眞·왕의 초상화) 가운데 최고 명품인 태조 어진(보물 931호)의 보관 장소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태조 이성계 어진은 14세기 말에 제작된 원본을 1872년 모사한 것이다. 14세기 원본은 현존하지 않는다.

이번 논란은 보관 장소인 경기전 내 정전(正殿)의 여건이 열악해 어진이 훼손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경기전 정전은 항온 항습 및 방수시설이 없고 보안도 허술한 편이다.

하지만 어진 관리 주체인 전주시와 전주 이씨 종친회는 어진을 경기전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130년 넘게 잘 보관돼 왔는데 지금 와서 문제 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경기전은 어진을 모시기 위해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어진이 없으면 존재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주시는 경기전 안에 보존 및 보안시설을 갖춘 어진각(御眞閣)을 새로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승인과 예산 지원 결정에는 1∼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문가들은 박물관 수장고로 시급히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북대박물관의 홍성덕(한국사) 연구원은 “열악한 환경에서 130년을 버텨온 것도 다행”이라면서 “앞으로 훼손이 가속화될 것이며 특히 장마 피해 우려가 높은데 경기전에 그대로 두는 것은 문화재 방치”라고 지적했다. 최소한 어진각이 신축될 때까지 수년 동안이라도 박물관에 옮겨 보관해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이 꼽는 유력한 대안 공간은 국립전주박물관. 그러나 전주역사박물관 측은 “태조 어진은 전주의 역사적 상징물이기 때문에 역사박물관에 보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논란이 계속된다면 보물의 보관 장소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문화재위원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 태조의 용안(龍顔)을 경기전에서 계속 만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