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상황에 나를 던진다” 문화원정대 국토순례 707km!

  • 입력 2005년 7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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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만점의 대학생들이 2005 대한민국 문화원정대에 참가해 몸으로 부딪치며 삶을 배우고 있다. 스노보드 마니아 최혜진, 교사 지망생 양연희, 연극학도 이수영, 예비 한의사 임준하 씨(왼쪽부터)가 하루 도보 일정을 마치고 숙영지에서 포즈를 취했다. 전 창  기자
개성 만점의 대학생들이 2005 대한민국 문화원정대에 참가해 몸으로 부딪치며 삶을 배우고 있다. 스노보드 마니아 최혜진, 교사 지망생 양연희, 연극학도 이수영, 예비 한의사 임준하 씨(왼쪽부터)가 하루 도보 일정을 마치고 숙영지에서 포즈를 취했다. 전 창 기자
“예상했던 것보다 100배는 힘들지만 끝까지 해낼 겁니다.”

2005 대한민국 문화원정대가 남해안 707km 일주를 목표로 경북 포항시 호미곶을 출발한 지 어느덧 열흘째. 문화원정대는 전국을 강타한 장마 폭우 속에서도 하루도 쉬지 않고 행진을 계속해 경북 경주시, 부산, 경남 마산시를 거쳐 5일 경남 고성군에 도착했다. 총도보거리만 288km.

128명의 대학생 대원은 모두 톡톡 튀는 개성을 지녔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4인방이 있다.

최혜진(24·광운대) 씨는 ‘여자는 절대 외박금지’라는 집안 분위기 때문에 난생 처음 밖에서 한번 자 보고 싶다는 소원을 풀기 위해 원정대에 도전했다. 그는 매일 4시간 이상 버스에 시달리며 스키장을 출퇴근한 끝에 스노보드를 배워 대회에까지 출전했던 열성파.

임준하(23·원광대) 씨는 한의대 본과 3학년. “공부는 맘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국토 순례는 졸업 전에 해 보지 않으면 환자 돌보느라 기회가 없을 것 같다”며 가운을 벗고 도전했다.

이수영(25·상명대) 씨는 연극학도로 과회장도 맡고 있다. 무대 경험이 많고 사물의 북과 재즈댄스, 랩을 잘하는 등 재주가 많아 방학 동안 각종 무대에서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극한상황에서 자신을 시험해 보겠다”며 도보 행진을 선택했다.

양연희(21·충북대) 씨는 교사 지망생으로 “실제 경험한 것을 교단에서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그동안 각종 국토순례 모집에 4차례 응모했으나 모두 탈락했다며 이번에는 꼭 참가해야겠다고 주최 측을 ‘협박’한 주인공.

열흘 동안의 느낌은 어땠을까. “힘들지만 더불어 사는 것이 뭔지 조금 알 것 같다”는 게 공통된 대답. 최 씨는 목이 퉁퉁 붓고, 양 씨는 발목 통증으로 구급차 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부모님께 씩씩하게 편지를 쓰고 있다. 임 씨는 물집 9개에 아킬레스힘줄 부종으로 고생하지만 사방에서 몰려드는 몸 아픈 동료들을 돌보느라 비명 지를 시간도 없다. 이 씨는 예비역답게 야전생활을 즐기며 애인에게 편지 쓰기를 하고 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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