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와 인연이 깊다. 2003년 쇼이스트를 세운 이래 ‘식객’이 벌써 세 번째 만화 원작. 쇼이스트의 첫 작품은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올드보이’였다.
“만화가 원작이라고 아무도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때 정말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러나 ‘올드보이’는 2004년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차지했고 전국에서 500만 이상의 관객이 몰려 쇼이스트를 살렸다.
김 대표는 올해 또 만화를 원작으로 한 미국 누아르 ‘씬 시티’를 들여와 지난달 30일 개봉했다. 첫 주말에 서울에서만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배트맨 비긴즈’ 등에 이어 흥행 4위를 했다.
“‘씬 시티’는 만화가 원작이긴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 미키 루크 등 배우들이 워낙 좋아서 뭐라 할 것도 없이 사인했지요.”
그는 만화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어떤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지면 되겠다는 감은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제가 서울에 온 지 20년이 돼 가는데 지리는 잘 몰라도 무슨 음식이 어디가 맛있는지, 서울 맛집 지도는 훤히 꿰고 있습니다.”
전남 목포에서 음식점집 아들로 자란 김 대표는 서울 사람들이 맛있다고 안내하는 식당들의 음식 맛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집에서 다 먹던 것들이었어요. 그래서 아예 내가 맛있는 집을 찾아다녔죠.”
그러나 단지 음식에 대한 관심만이 ‘식객’을 택한 동기는 아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음식이 하나의 문화가 됐잖아요. 예전에는 그냥 ‘포도주 주세요’ 했지만 지금은 ‘칠레산 키안티’ 이런 식으로 브랜드를 말할 정도가 됐지요.”
리롄제 주연의 ‘영웅’의 홍콩 제작자 빌 콩이나, 최근 촬영을 마친 ‘무극’의 천카이거, 지난해 배급을 한 ‘연인’의 장이머우 감독이 방한할 때마다 김 감독은 허름하지만 맛있는 음식점으로 이들을 데리고 갔고 그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빌 콩이 저보고 ‘김 대표는 관상이 좋으니까, 걱정 말고 영화 만들라’고 해요. 그 말 믿고 열심히 영화 만들 생각입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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