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23>老(늙을 로)

  • 입력 2005년 7월 8일 03시 06분


老는 갑골문에서 긴 머리칼과 굽은 몸, 내민 손에 지팡이를 든 모습이 상세히 그려졌다. 금문부터는 지팡이가 匕(비수 비)로 변했는데, 이는 化(될 화)의 생략된 모습이며 ‘머리칼’이 하얗게 변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현대 후기 산업사회에서 노인은 생산력을 상실한, 그래서 사회의 구성에 부담을 주는 존재로 전락했지만, 정착 농경사회를 살았던 고대 중국에서 노인은 지혜의 원천이었다. 축적된 경험이 곧 지식이던 그 사회에서는 풍부한 경험을 확보한 노인은 그 사회의 지도자였고 대소사를 판단하는 준거를 제공했다. 그래서 노인은 존중의 대상이었으며, 그 때문에 노인에 대한 구분도 상세하게 이루어졌다.

노인(老)을 몇 살부터로 규정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쉰 이상을 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 쉰이 되면 신체가 쇠로해지며, 예순이 되면 노역도 면제되고 국가에서 받았던 농지도 반환해야 했으며, 일흔이 되면 모든 일에서 은퇴하는 고대 중국의 관습을 반영하여, 예순 노인을 耆(늙은이 기), 일흔 노인을 모(늙은이 모), 여든과 아흔 노인을 질(늙은이 질), 백 살 되는 노인을 期(기약할 기)라 구분해 불렀다. 耆는 세월(日·일)이 흘러 나이가 든 노인을, 모는 털(毛·모)조차 늙어버린 노인을, 질(늙은이 질)은 늙음의 극(至·지)에 이른 노인이라는 뜻이며, 期는 100 년의 주기를 한 바퀴 돌았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볼 때, 老는 이를 모두 포함하는 통칭으로 보인다. ‘설문해자’에서 老와 같은 뜻이라고 한 考(상고할 고)는 老에 소리부인 G(巧·정교할 교)가 더해졌는데, ‘효’와 ‘교’의 고대 한자음은 같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노인들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에서도 모시고 봉양해야만 하는 대상이었으며, 孝(효도 효)를 국가를 지탱하는 중심 이데올로기로 설정하기도 했다. 孝는 老의 생략된 모습과 子(아들 자)로 구성되어, 자식(子)이 늙은이(老)를 등에 업은 모습이다. 노인을 봉양하고 부모를 모시는 孝가 어떤 것인지를 구상적으로 보여 준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