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만화 제목이라는 것, 둘째 작가가 강풀(강도영), 셋째 모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연재됐다, 그리고 모두 영화로 만들어진다.
이뿐만 아니다. 작가 ‘B급달궁’(필명)의 인터넷 연재만화 ‘다세포 소녀’도 ‘스캔들’ ‘정사’의 이재용 감독이 8월 말 영화촬영에 들어가고, 본보에 연재 중인 허영만 화백의 ‘식객’도 최근 쇼이스트가 영화화를 위해 저작권을 샀다.
만화가 영화적 상상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박경리 최인호 이문열 한수산 등의 소설이 ‘영화적 상상력의 제왕’이었다면 이제 그 왕관은 만화에 넘어가고 있다.
영화만이 아니다. 중견 만화가 김혜린의 ‘불의 검’은 올해 초 12부로 완간되자마자 극단 ‘코코즘’에 의해 뮤지컬로 만들어져 9월 막을 올린다. 2000년대 이후 만화를 즐겨 원료로 사용해 온 TV 드라마의 만화 사랑은 올해도 계속됐다. 4월 SBS에서 방송됐던 ‘불량 주부’도 만화가 원작이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김혜린의 ‘비천무’는 24부작 드라마로 제작되고, 박소희의 만화 ‘궁’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대중에게 밀착하는 만화=강도영(33) 씨는 비슷한 연배의 동료 온라인 만화 작가들과 수시로 만나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가까이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강 씨는 “대중이 뭘 원하는지 항상 생각한다.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짜내기 위해 가장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이 결과 강 씨의 ‘순정만화’는 회당 평균 20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전체적으로 3200만 명이 이 만화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강 씨의 또 다른 온라인 만화 ‘아파트’를 영화로 만드는 영화사 ‘토일렛 픽쳐스’의 김정수 이사는 “영화의 주 관객층이 10대 후반∼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라서 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영화의 소재로 삼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 트렌드는 만화, 특히 온라인 만화”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대중이 즐기는 것이 무엇인지, 그 감성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한 만화가들의 작품이 결국 대중을 끌어온다는 것이다.
이런 감성 코드를 꿰뚫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그들의 성(性)과 일상을 때로는 엽기적으로 때로는 서정적으로 다룬 ‘다세포 소녀’다. 이재용 감독은 “주류를 비껴난 발칙함, 다들 알고는 있지만 입으로 내놓지는 못하던 것들을 유쾌하게 드러내는 통쾌함이 대중의 코드와 맞아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작가 개인만을 위한 소설=이에 반해 1990년대 이후 한국 소설은 대부분 자신의 개인적인 일상과 생각을 다룬 ‘사소설’ 위주여서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교차점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KBS의 한 드라마 PD는 “소설 원작의 ‘TV 문학관’을 부활시키고 싶어도 최근의 소설이 너무 한 개인의 일상 위주로 쓰여 무대를 만들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소설이 문자 상상력보다 영상 상상력에 더 익숙한 젊은 세대의 감각을 품지 못하고 시대흐름에 뒤떨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소설가 출신의 영화평론가인 하재봉 씨는 “소설이 ‘원 소스 멀티 유즈’의 한 소스로서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중요한 장점들을 스스로 축소시켰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DC코믹스’ ‘마블코믹스’가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을 낳았고, 숱한 일본 만화들이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로 이어졌던 것처럼 당분간 한국에서도 만화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을 만드는 데 상상력의 원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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