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김 씨가 ‘현의 노래’를 펴내고 1년4개월만인 11일 선을 보인 새 작품 ‘개’(푸른숲)는 최근 그가 즐기고 있는 자전거를 타고 들로 산으로 달리다가 만난 버려진 개들에 감정이입을 해서 얻은 소설이다. ‘개’의 주인공은 수몰을 앞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수컷 진돗개 ‘보리’다.
“경기도 일산의 집에서 예전에 키운 진돗개 이름이 ‘보리’였어요. ‘보리’가 어릴 적 몸집이 훨씬 큰 도사견과 싸우는 걸 봤는데 공포라고는 없는 짐승처럼 대들더군요. 파마머리 애완견들과는 완전히 다른 야성 같은 게 있었어요. 결국 도시 주택가에서 키우기는 힘들어 농장 하는 친구 집에 맡기고 말았는데 최근에 자전거를 타다가 들판에 버려진 개들을 보노라니 불쑥불쑥 생각이 나더군요.”
이 소설의 부제는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이다. ‘보리’는 주인 할머니 집이 수몰되자 어촌 마을에 사는 할머니의 둘째 아들 집으로 가서 살게 되는데, 거기서 암컷 개와의 사랑, 라이벌과의 격한 싸움, 자기 영역을 확보하는 법과 무너짐, 사람 사는 마을의 애환과 기쁨을 지켜보게 된다. 그러면서 슬픔을 희망으로 극복해가며 성장한다. 이 작품은 ‘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청소년들을 위한 성장소설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입시 지옥으로 가기 전에 많은 읽을거리들을 접했지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해요. 작가들이 미래의 본격 독자인 청소년들을 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애써서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10대들이 이 소설을 많이 읽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는 밥 벌어 먹고 살아야 하는 고통이 있지만, 살아볼 만큼 아름다운 데도 있다고 썼습니다.”
날카로울 만큼 응축적인 ‘김훈 문체’를 선보였던 김 씨는 이번 작품 ‘개’에서는 쉽게 읽히도록 하기 위해선지 많이 이완됐다. 작가 이름을 가리고 ‘개’의 문장들을 보여준다면 누구 글인지 쉽게 알아채지 못할 만큼 바뀌었다. 김 씨는 “삼엄한 긴장이 흐르는 문장으로 청소년들에게 읽히기를 바랄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원래 그렇듯이 수다스러워 지려고 했고, 설명하는 문장으로 썼다”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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