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가수들의 컬·러·링

  • 입력 2005년 7월 13일 03시 27분


“당신의 컬러링(통화 연결음)은 무엇인가요?”

‘컬러링’이 등장한 지 3년째. 각 이동통신사가 ‘컬러링 인기 순위’를 집계할 정도로 이제 컬러링은 대중화된 문화트렌드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기호로 자리 잡았다. 심리학자 최창호 박사는 “컬러링은 자신을 나타내는 간접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말한다. 컬러링(color ring)은 SK텔레콤이 자사의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부르기 위해 만들어 낸 고유명사지만 지금은 일반명사처럼 쓰인다.

컬러링 서비스의 가장 인기있는 ‘원료’는 대중가요. 정작 가수들은 어떤 컬러링을 사용할까. 신세대 가수 이승기부터 패티김, 이미자까지 5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 가수들의 컬러링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 ‘스스로 홍보대사’ 형 / 이승철 장윤정 이문세 윤도현


가수 이승철은 지난달 자신의 20주년 기념 앨범이 나오자마자 자신의 컬러링을 타이틀 곡 ‘열을 세어 보아요’로 바꿨다. 그전 컬러링은 지난해 발매된 7집 타이틀 곡 ‘긴 하루’. 여성 그룹 ‘주얼리’의 멤버 조민아는 4집 발매 후 타이틀 곡 ‘수퍼스타’부터 후속곡 ‘패션’을 거쳐 ‘진실게임’까지 자신의 노래를 바꾸어가며 컬러링으로 사용해 왔다.

‘홍보형’은 세대를 막론하고 조사대상 가수들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유형. 자신의 곡을 컬러링으로 사용해 주위 사람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듣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장윤정, 윤종신, 이문세, ‘빅마마’의 이영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윤도현의 경우 솔로 음반 타이틀곡인 ‘사랑했나봐’와 지난해 발매한 ‘윤도현밴드’ 6집 수록곡 ‘매지컬 드래곤’을 컬러링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아는 지난달 말 발매한 5집 음반 수록곡 중 ‘캔트 렛 고’가 자신의 컬러링. 보아는 “노래 자체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최근 장마 기간이어서 비와 가장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해 컬러링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홍보형’ 컬러링은 트로트 가수들에서도 나타난다. 송대관은 ‘사랑해서 미안해’, 태진아는 ‘잘 살거야’를 컬러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가족뿐 아니라 소속 기획사 직원들에게도 내 노래를 컬러링으로 쓰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 ‘대신 띄워줄게’ 형 / 성시경 전진 김동완 앤디 에릭


같은 기획사 소속의 가수나 친한 선후배 가수들끼리 서로의 음악을 컬러링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남성 그룹 ‘신화’의 경우 최근 솔로 활동에 나선 멤버 신혜성과 이민우(M)의 음악을 다른 멤버들이 부조하듯 컬러링으로 사용한다. 전진은 신혜성의 1집 타이틀 곡 ‘같은 생각’, 김동완은 신혜성의 ‘거울’, 앤디는 신혜성의 1집 후속곡 ‘떠나지마’, 에릭은 이민우의 ‘오버도즈’를 사용해 동료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성시경은 친한 선배 가수 김조한의 신곡 ‘버리고 버려도’를 컬러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 전에는 태진아의 ‘동반자’가 그의 컬러링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 ‘상관없어’ 형 / 조용필 김수철 강타 김종국


조용필 김수철 신승훈 강타 김종국 ‘산울림’의 김창완 등에게는 ‘컬러링’이 없다. 컬러링 자체를 귀찮아하거나 무신경한 경우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와 신세대 가수 이승기의 경우는 아예 휴대전화가 없다. 역시 컬러링이 없는 래퍼 김진표는 “최근 강남에서는 컬러링을 하지 않는 것이 새로운 유행”이라고 말했다.

‘상관없어’ 형의 또 다른 유형은 ‘팬심(心)’ 컬러링이다. 자기 스스로가 팬이 돼 좋아하는 팝 가수의 음악을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심수봉과 ‘빅마마’의 멤버 이지영은 공통적으로 팝 가수 스팅의 곡을, 김건모는 흑인가수 레이 찰스의 곡을 컬러링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가장 존경한다는 세븐의 경우 ‘난 알아요’가 컬러링이다. 한편 그룹 ‘뜨거운 감자’의 리더 김C는 노래가 아닌 물방울 소리인 일명 ‘우주 소리’가 컬러링. 이유는 자신의 딸 이름이 ‘김유우주’이기 때문이라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2005년 상반기 인기 컬러링 Top 10▼

음반 판매 순위와 컬러링 차트 인기 순위는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 신인 가수 모세나 S Papa라는 예명으로 솔로곡을 취입한 탁재훈의 경우 음반은 채 3만 장도 팔리지 않았지만 컬러링 순위에서는 5위 안에 들었다. 윤도현의 ‘사랑했나봐’도 컬러링에서는 상반기 음반 판매 1위를 차지한 ‘SG워너비’를 제쳤다. 지난해 음반을 발매한 후 이렇다할 반응을 얻지 못해 활동을 접었던 랩 그룹 ‘프리스타일’의 경우 컬러링에서 인기가 높아 활동을 재개한 ‘컬러링 부활’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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