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26>耳(귀 이)

  • 입력 2005년 7월 1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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耳는 귓바퀴와 귓불이 갖추어진 귀를 그렸으며, 이후 木耳(목이)버섯처럼 귀 모양의 물체나 솥의 귀(鼎耳·정이)처럼 물체의 양쪽에 붙은 것을 지칭하기도 했다. 또 소용돌이 모양의 귀는 여성의 성기와 닮아 생명과 연계되기도 했으며, 신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총명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먼저, 귀를 직접 지칭한다. 聞(들을 문)은 문(門·문) 틈으로 귀를 대고 ‘들음’을, 聲(소리 성)은 악기 연주(O·경)를 귀로 듣는 모습이다. 聯(잇닿을 련)은 원래 耳와 絲(실 사)로 구성되어, 얼굴의 양끝에 실(絲)처럼 ‘연결된’ 귀라는 이미지를 그렸다.

둘째, 귀는 총명함의 상징이다. 원시 시절, 적이나 야수의 접근을 남보다 먼저 감지할 수 있는 남다른 청각을 가진 자는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聖(성스러울 성)은 원래 발돋움을 하고 선 사람(壬·임)의 귀(耳)를 그려 ‘뛰어난 청각을 가진 사람’이 지도자임을 그렸고, 이후 口(입 구)가 더해져 남의 말(口)을 귀담아들어야 하는 존재가 지도자임을 형상화했다. 聰(귀 밝을 총)은 훤히 뚫린 밝은(悤·총) 귀(耳)로 ‘聰明(총명)함’을 그렸다.

聽(들을 청)은 곧은 마음(6·덕)으로 발돋움한 채(壬) 귀(耳) 기울여 듣고 청을 들어 줌을, 여기서 파생된 廳(관청 청)은 그런 사람들이 머무는 장소(엄·엄)를 말한다. 또 職(벼슬 직)도 남의 말을 귀에 새기는(f·식) 직책을 말해 언제나 남의 말을 귀담아 듣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직무의 원뜻임을 보여 준다.

셋째, 신체의 중요 부위로서의 귀, 특히 축 늘어진 귀는 제왕의 권위나 위대함, 吉祥(길상)을 상징하였는데 耽(즐길 탐)은 귓불(耳)이 아래로 늘어진(유·유) 모습으로 ‘좋아함’과 ‘즐김’의 의미를 그렸다. 반면 恥(부끄러워할 치)에서처럼 귀는 수치의 상징이었다. 수치심이 생기면 귓불이 붉어진다고도 하며, 귀를 가리키는 손짓은 수치스러운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取(취할 취)는 전공을 세우려 적의 귀(耳)를 베어 손(又·우)에 쥔 모습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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