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명차의 깊은 香…한 잔에 사색 두 잔에 정담

  • 입력 2005년 7월 15일 0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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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문화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중국 찻집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최근 뉴욕과 파리에서도 중국 찻집이 인기 있는 식음 공간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도 참살이 바람을 타고 중국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건강 관리를 위해 푸얼차(普이茶) 등 중국차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 애호가들은 와인 애호가 못지않게 차의 숙성 기간과 제조 방법을 꼼꼼히 살피고 맛과 향을 음미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중국 전통 찻집을 본격 표방한 ‘천재향’(02-514-0874)이 문을 열어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천재향에서 맛볼 수 있는 중국 차

천재향은 홍콩 잉지차좡(英記茶莊), 대만 야오양차싱(嶢陽茶行) 등에서 수입한 중국 차 80여 종과 세계적으로 희귀한 극품(極品)차를 소개한다.

야외 테라스를 포함해 50석 규모로 1층에는 차를 마시거나 판매하는 공간이 있다. 2층에는 차를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다회 공간이 마련됐으며 10여 석 규모에 차 강의를 위한 스크린도 갖췄다.

중국 명차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명차는 좋은 자연환경 속에서 자란 우량 품종의 찻잎을 정교하게 채집해 만든 것이다. 명차는 선명한 비취색을 띠는 일정한 크기의 여린 찻잎으로, 탕색이 투명한 선녹색 또는 녹황색을 띤다. 향은 산뜻하며 우려낸 찻잎도 튼실하고 윤기가 흐른다. 중국에서는 맛 향 색을 ‘차의 3기(奇)’라 부르며, 여기에 기(氣)를 더해 ‘차의 4기’라 칭한다.

천재향에서 맛볼 수 있는 명차로는 우이다훙파오(武夷大紅袍), 안시톄관인(安溪鐵觀音), 푸얼차 등이 있다. 테이블당 4인 기준 20g을 제공하며 5만∼8만 원이다.

우이다훙파오는 중국 우이산에서 생산되는 차로 진한 꽃향과 맑은 수색을 지녀 황제들이 즐겨 마셨다. 다훙파오란 이름은 현장(縣長)이 난치병에 걸렸을 때 이 차를 마시고 병이 나아 붉은 옷을 입고 기도를 드렸다는 설과 중국의 한 황후가 이를 마시고 병이 나아 차나무에 작위를 내렸다는 설 등이 있다. 청나라 서태후도 이 차를 자주 마셨다. 붉은 옷은 중국에서 관료가 입는 옷이다. 차기(茶氣)가 온화해 위를 보호하고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안시톄관인은 중국 푸젠(福建) 성에서 생산되며 금황색과 과일향을 지닌다. 청나라 때 한 농부가 매일 공양하던 관음상 옆 나뭇잎의 향과 맛이 관음의 깨끗한 물처럼 성스럽다고 한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동맥경화 방지와 지방 분해에 좋다.

푸얼차는 중국 윈난(雲南)의 명차로, 제갈공명이 지휘하는 병사들이 푸얼차 나뭇잎을 끓여 마셔 눈병을 고쳤다는 전설이 있다. 와인처럼 오래될수록 향이 진하다.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 감비차로도 불린다.

중국 차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은 인체 콜레스테롤과 혈중지질을 억제해 동맥경화, 고혈압, 비만을 예방한다. 비타민 C와 E, 아미노산 등은 혈압을 내려주고 지방 산화를 억제해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니코틴을 해독하고 눈을 맑게 하는 효능도 있다.

천재향은 중국식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간 만두, 호두와 잣을 넣은 월병, 봉황단총을 넣은 셔벗, 새콤한 두유와 둥딩우룽 소스를 곁들인 냉채를 4000∼9000원에 다찬으로 제공한다.

○ 중국 차를 즐길 수 있는 곳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카페 그레이트’(02-3448-4555), 신사동의 ‘느리게 걷기’(02-515-8255)와 ‘르 살 드 마티네’(02-3444-2673) 등에서 톄관인, 푸얼차 등 중국 차를 9000원대의 가격에 마실 수 있다.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 1층의 ‘티 톡스’와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지하 1층의 ‘티 뮤지엄’에서도 중국 차를 g 단위로 구입할 수 있다. 중국 차를 넣은 떡, 오차즈케, 주먹밥, 케이크, 쿠키 등 다식도 판매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찻잔 예열한 뒤 우려내야 깊은 맛▼

천재향에서는 테이블 위에 다반(茶盤·찻물 퇴수용 다구), 다호(茶壺·차를 우려내는 다기), 다배(茶杯·차를 마시는 잔), 다해(茶海·다호에서 우린 차를 부어 농도와 온도를 맞추는 다기), 티포트를 내놓는다. 우선 뜨거운 물을 다호, 다해, 다배에 부어 예열한 뒤 버린다. 찻잎을 다호에 넣고 물을 부은 뒤 찻잎이 적셔지면 찻물을 다해에 따른다. 다호에 다시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우려내고 이를 다해에 옮긴 뒤 다배에 나눠 마신다.

집에서 간편하게 차를 마시려면 개완(蓋碗·뚜껑이 있는 찻잔)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뜨거운 물을 개완과 다배에 부어 예열한 뒤 버린다. 차를 개완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찻잎이 적셔지면 찻물을 버린다. 뜨거운 물을 다시 부어 차를 우린 후 찻잎이 모두 벌어지면 첫째와 가운뎃손가락으로 잔의 입구를 잡고 둘째 손가락으로 잔의 뚜껑 윗부분을 누르며 차를 마신다.

푸얼차와 둥딩우룽(凍頂烏龍) 등 흑차와 청차의 경우에는 붉은 모래로 만들어 유약 처리하지 않은 자사호(紫沙壺)가 차향을 빨아들여 좋다. 백차, 황차, 화차 등 찻잎의 움직임을 즐기는 차는 유리 다기가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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