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탤런트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작지만 연극배우 중에는 ‘얼큰이’가 많다.
영화 ‘올드 보이’로 뜬 인기 연극배우 오달수 씨가 대표적인 예. 그가 2004년 유지태와 연극 ‘해일’에 출연했을 때는 “어깨는 지태가 2배, 얼굴은 달수가 2배”라는 농담 같은 진담도 나돌았다. 연극계에서 유명한 그의 별명은 ‘(대극장인) 오페라극장 2층에서도 표정 연기를 볼 수 있는 배우’. 사실일까?
“사실이다. 몇 년 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눈물의 여왕’이라는 작품을 했는데 2층 객석에서 공연을 본 사람이 ‘그 먼 곳에서 얼굴을 알아 볼 수 있는 배우는 너밖에 없었다’고 하더라.”(오달수)
하지만 그는 “연극배우에게 큰 얼굴은 단점 아닌 장점”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실제로 ‘큰 바위 얼굴’이 치명적인 TV와 달리 연극은 큰 얼굴이 유리한 장르.
국립극단의 이윤택 예술감독은 “연극에서 발성과 성량이 좋으려면 머리통, 가슴통, 배통이 커야 한다”며 “박정자, 유인촌 같은 명배우들도 (머리가) 다 크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외국 유명 극단들은 아예 두상 크기를 보고 배우를 뽑기도 해 머리가 큰 서양 연극배우도 많다”고 말했다.
분장사 최은주 씨도 “얼굴 면적이 클수록 캐릭터나 표정을 살려 분장으로 표현할 여지가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 ‘얼짱’의 주요 기준이 작은 얼굴이다 보니 여자 연극배우들은 큰 얼굴만큼 고민도 크다. 분장 때 젊은 여배우들로부터 최 씨가 가장 많이 듣는 주문 역시 “얼굴 좀 작아 보이게….”
연극배우 서이숙(39) 씨는 “나이 어린 여배우일수록 작은 얼굴에 대한 갈망이 크지만 경력이 쌓이면 무대에서만큼은 연기만 뛰어나면 다른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극하는 여배우 중 광대뼈나 턱을 깎은 경우는 거의 없다.
“연극을 하기 전까지, 아니 연극을 시작하고도 한동안 큰 얼굴이 고민이었다. 내가 왜 이런 ‘천벌’을 받나 싶었고, 캐스팅이 안 돼도 큰 얼굴을 탓했다. 하지만 연기 잘 하는 여자 선배들을 보면서 이젠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당당해졌다.”(M극단에서 가장 머리가 큰 31세 여배우 K 씨)
삶의 희로애락을 다양한 표정 속에 담아내는 ‘얼큰이’들. ‘얼짱’보다 더 멋진 ‘얼큰 얼짱’ 파이팅!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