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과학의 정수’ 다시 숨을 쉬다

  • 입력 2005년 7월 20일 03시 06분


혼천시계 연구팀 관계자가 19일 시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오른쪽 나무상자가 시계 부분이고 왼쪽이 해 달 등 천체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혼천의. 나무상자 중간에 유시(酉時·오후 5∼7시)를 말해 주는 글자판이 보인다. 안철민  기자
혼천시계 연구팀 관계자가 19일 시계를 작동시키고 있다. 오른쪽 나무상자가 시계 부분이고 왼쪽이 해 달 등 천체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혼천의. 나무상자 중간에 유시(酉時·오후 5∼7시)를 말해 주는 글자판이 보인다. 안철민 기자
“드디어 돌아간다! 시계가 돌아가고 종소리가 울린다!”

1669년 제작된 국보 제230호 혼천시계(渾天時計)가 336년 만에 원형으로 복제돼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용삼(천문학) 충북대 교수, 이용복(천문학) 서울교대 교수, 과학문화재 연구복원기관인 ‘옛 기술과 문화’의 윤명진 대표와 김상혁 연구실장 등으로 구성된 혼천시계 연구팀이 서울시과학전시관의 의뢰를 받아 1년간의 실험 끝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여름 실험을 시작한 연구팀이 혼천시계의 완벽한 복제품을 만들어 작동에 성공한 것은 지난달 초. 그 후 연구팀원들은 매일 24시간 혼천시계를 지켜보며 오차를 점검하고 수정하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혼천시계는 24시간에 3분 이내의 오차만 보이며 돌아가고 있다.

혼천시계의 작동을 지켜본 전상운(全相運·한국과학사) 문화재위원은 19일 “고려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국보 혼천시계의 일부 부품이 훼손돼 있어 그동안 추론만 해왔다”면서 “이번 작업으로 혼천시계의 작동 메커니즘을 완전히 파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 위원은 “1960년대 말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이 특별전시 및 복제품 제작을 건의했을 정도로 혼천시계는 탁월하고 유명한 과학 문화재”라면서 “이번 작동 성공은 우리 전통과학의 우수성을 입증한 쾌거”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27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 성신여대 앞에 위치한 ‘옛 기술과 문화’의 지하 전시실에서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8월 초부터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서울시과학전시관에 복제품을 전시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혼천시계란

혼천시계의 나무상자 속에 들어 있는 시계 부품. 왼쪽에 있는 추(점선 안)의 동력에 의해 톱니와 진자가 움직이고 이것이 오른쪽의 원판을 움직이게 하면서 시간을 알려주게 된다.

조선 현종때의 천문학자 송이영(宋以穎)이 1669년 만든 천문시계. 추의 움직임에 의해 진자가 작동하는 서양식 자명종의 원리를 이용한 기계식 시계다. 진자를 이용한 시계가 서구에서 발명된 것은 1657년. 서구보다 불과 12년 늦게 자체적으로 진자시계를 만든 셈이다.

추의 동작으로 진자를 움직이면 자(子) 축(丑) 인(寅) 묘(卯) 등 12지(支)의 팻말이 나타나 시간을 표시해 주고 매시 정각 종을 울린다. 동시에 시계 장치가 바로 옆의 혼천의(渾天儀)에 연결되어 해와 달 등 천체의 움직임까지 보여준다.

영국의 과학사학자인 조지프 니덤 씨는 1980년대에 “세계 유명 박물관에 꼭 전시해야 할 인류의 과학문화재”라고 극찬한 바 있다.

시계 부분은 나무상자 속에 설치돼 있고 그 옆에 혼천의가 연결되어 있다. 나무상자는 가로 120cm, 높이 98cm, 폭 52cm. 혼천의의 지름은 40cm이며 중심에 위치한 둥근 지구의(地球儀)의 지름은 약 8.9c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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