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마이클 베이 감독 ‘아일랜드’ 21일 개봉

  • 입력 2005년 7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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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인간 ‘링컨6-에코(이완 맥그리거·위)’와 ‘조던2-델타(스칼렛 조핸슨)’는 자신들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위험천만한 탈출을 감행한다. 사진 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복제인간 ‘링컨6-에코(이완 맥그리거·위)’와 ‘조던2-델타(스칼렛 조핸슨)’는 자신들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위험천만한 탈출을 감행한다. 사진 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복·제·인·간’ 사행시.

복잡하지 않느냐고요? 그런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겠네요. 이 영화 ‘아일랜드’의 주제는 한마디로 ‘복제인간의 존재론적 고민’이니까요. 하지만 ‘매트릭스’를 예상하진 마세요. 똑같이 미래사회 인간의 존재 고민을 담았지만, 이 영화는 애당초 ‘태도’가 다르니까요. 줄거리를 볼까요.

미래사회, 수백 명의 인간들이 외부와 단절된 첨단 시설에서 산다. 이들의 꿈은 복권에 당첨돼 지상천국인 ‘아일랜드’로 가는 티켓을 얻는 것. 하지만 링컨6-에코(이완 맥그리거)는 문득 ‘왜 늘 흰색 옷을 입어야 하고 왜 먹고 싶은 베이컨을 못 먹게 하는지’ 호기심을 갖는다. 그는 ‘아일랜드’로 간 줄로만 알았던 동료들이 사실은 자신의 주인(스폰서)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스로 복제인간임을 알게 된 링컨6-에코는 절친한 조던2-델타(스칼렛 조핸슨)와 함께 탈출해 자신들의 주인을 찾아가는데….

‘매트릭스’가 철학(주제)과 볼거리(비주얼)를 50 대 50의 비율로 섞어 만든 비빔밥이라면, ‘아일랜드’는 철학으로 볼거리를 아주 살짝 덮은 오므라이스죠. 무슨 말이냐고요? 충격적인 메시지이지만 바람개비 돌리듯 신바람 나게 풀어낸다는 뜻입니다.

제법 신선한 문제 제기 아닐까요? 튜브에서 배양돼 태어날 때부터 ‘어른’인 복제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느낄까 하는 점 말이죠. 또 이 영화는 생명 연장을 위해 자신에게 장기를 제공할 복제인간의 배양을 의뢰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돈 많은 소수라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키면서 ‘부자가 빈자보다 장수한다’는 자본주의사회의 계급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죠.

하지만 ‘더 록’ ‘아마겟돈’ ‘진주만’을 만든 마이클 베이 감독이 누군가요. 뭐든 CF 찍듯(그는 실제로 CF 감독 출신입니다) 속도감 있게 찍어내는 그는 복제인간이란 묵직한 소재에다가도 ‘액션 33%, 러브스토리(혹은 섹스) 33%, 의미 33%’라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DNA를 심어버리죠.

미래사회 복제인간(클론)의 정체성 문제를 담은 SF 액션 영화 ‘아일랜드’의 여주인공 스칼렛 조핸슨.
인간적으로 스칼렛 조핸슨이 너무 섹시하다고요? 복제인간 남녀가 바깥세상으로 나와 ‘첫 섹스’를 갖는다는 흥미진진한 설정 자체가 ‘메릴린 먼로 이후 최고의 섹시백치미’로 불리는 여배우 스칼렛 조핸슨을 위한 것이니까 말이죠. 두 복제인간이 “혀를 쓰니까 환상이야”라면서 난생 처음 솜사탕을 맛보는 애들의 표정으로 첫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압권이죠.

좁쌀 벌레 모양의 마이크로 센서들이 눈꺼풀을 비집고 몸 안에 들어가 건강을 체크하는 ‘진기명기’나, 하늘을 쏜살같이 가르는 첨단 오토바이(스카이 바이크)를 타고 벌이는 추격 장면도 스릴 만점이죠. 하지만 사실 이 영화의 최대 스펙터클은 이목구비부터 신체 각종 부위에 이르기까지 숨 막힐 정도의 ‘고산준령’을 이루는 스칼렛 조핸슨의 몸, 그 자체입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머릿속에 별다른 생각이 없어 보이는 멍한 표정의 그녀는 정말 환상의 캐스팅입니다. 혹시 그녀는 진짜 복제인간 아닐까요?

간간이 터져 나오는 영화 속 유머가 당혹스럽다고요? 긴장 폭발 직전에 생뚱맞게 얼굴을 들이미는 유머. 알고 보면 일종의 숨겨진 테크닉입니다. 한껏 심각해진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면서 “그냥 즐기라고!”를 외치는 것과 다름없죠. 복제인간 커플을 도와주는 유일한 ‘진짜 인간’ 매코드(스티브 부세미)는 그 엽기적인 생김새만큼이나 포복절도할 유머를 난사하죠. 조던2-델타가 “왜 나의 스폰서는 자신의 복제품인 나를 직접 만나려 하지 않는 거지?”하고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자, 매코드가 답하죠. “음, 사람들이 쇠고기를 먹기 위해서 소를 직접 만나야 하는 건 아니잖아?” 21일 개봉. 12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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