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21일 마지막 회의 결말은 비교적 평범했다. 희진(정려원)을 미국으로 데려다주고 일주일 뒤에 돌아온다던 진헌(현빈)은 3개월 동안 연락조차 없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상처받은 삼순은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시작하는데 갑자기 진헌이 등장한다. 화해한 두 사람은 결혼하려 하지만 진헌의 어머니 나 사장(나문희)이 반대한다.
결혼 승락을 얻기 위해 ‘혼전합방’으로 아이를 만들려하지만 실패한 두 사람은 이후에도 행복한 연애를 계속해 나간다. 남산 계단을 오르는 두 사람의 모습 위로 “열심히 케이크를 굽고 열심히 사랑하며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는 것”이라는 삼순의 독백이 흐르는 것이 마지막 장면.
드라마가 끝난 직후 시청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아쉽다’ 일색의 글을 남겼다. 시청자 강희정 씨는 “끝났다는 게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송희국 씨는 “삼순이 2탄 만들어 주세요”라는 바람을 띄웠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방영되는 8주 동안 숱한 화제를 남겼다.
20일 15회 방송 시청률은 47.5%(TNS미디어코리아). 특히 수도권에선 올해 최고인 50.2%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수도권에서 시청률이 50%를 넘은 드라마는 2000년 MBC ‘허준’(일일 최고 62.2%), 2001년 KBS ‘태조왕건’(55.5%), 2004년 SBS ‘파리의 연인’(57.6%), 2004년 MBC ‘대장금’(55.5%) 등 5개에 불과하다.
‘삼순 삼식 어록’ 등 각종 유행어가 인터넷 게시판을 점령했고, 극중 김삼순의 직업인 ‘파티시에(제과제빵전문가)’ 관련 학원 수강 문의가 두 배가량 늘었으며 빵 판매도 증가했다. 서점가에선 원작 소설과 극중에 나오는 독일 소설 ‘모모’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신드롬의 핵심은 대한민국 여성들의 삼순이 공감(共感). 20, 30대 여성들은 뚱뚱하고 내세울 것 없는 삼순이를 응원하며 자신과 동일시했다.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한국 사회에서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삼순이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낀 여성이 많았다. 김광미 씨는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두 달 동안 참으로 행복했다. 1시간 동안만은 내가 삼순이가 된 듯한 착각으로 드라마를 봤다”고 밝혔다.
문화평론가 김종휘(40) 씨는 “삼순이 신드롬은 그동안 드라마 등 대중문화가 보통 여성들의 좌절된 욕구와 그럼에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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