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트로트 신동 中1 김용빈군

  • 입력 2005년 7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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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알아볼 때마다 시선을 어디다둬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기분은 좋은 걸요.” 대구 부산 청주를 ‘찍고’ 서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13세 트로트 가수 김용빈 군. 대구=박영대 기자
“사람들이 알아볼 때마다 시선을 어디다둬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기분은 좋은 걸요.” 대구 부산 청주를 ‘찍고’ 서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13세 트로트 가수 김용빈 군. 대구=박영대 기자
“트로트가 뭐니?”

수십 개의 큐빅이 박힌 반짝이 티셔츠를 입은 소년에게 물었다. 그러자 소년은 볼펜과 종이를 달라며 뭔가를 적었다. 그의 대답은 ‘트로트 3행시’였다.

“‘트’로트는 나의 꿈. ‘로’맨틱하게. ‘트’트로트를 불러보자. 죽을 때 까지 트로트는 내 손으로 지킨다. 아자!!”

3행시를 외치고 소년이 건네준 것은 그의 명함. ‘트로트 신동 김용빈. 1992년 9월 18일 생. 대구 수성중학교 1학년…’ 빤짝이 정장을 입고 모자를 쓴 채 웃고 있는 사진을 보자마자 ‘쿡’ 웃음이 나왔다. 촌스럽지만 당돌한 이 소년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너의 정체는 뭐니?”

“열 세살 트로트 가수 김용빈요. 4살 때 TV를 보다 남일해 아저씨의 ‘빨간 구두 아가씨’를 부르고 트로트에 빠진 아이랍니다.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에 나오는 노래들을 두 번 정도 들으면 다 외워서 부를 수 있었죠. ‘동백 아가씨’나 ‘아파트’가 제 애창곡입니다.”

“8세 때인 1999년에 대구 시내의 한 백화점에서 주최한 노래 경연대회에 출연했는데 최연소 장원을 차지했어요…”라며 옆에서 김 군의 이력을 설명하는 매니저이자 친할머니 이출이(59) 씨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2004년 제 14회 ‘남인수 가요제’에서 청소년부문 대상 수상, 8월 독집 음반 ‘데뷔 콜렉션’ 발표, 부산, 대구, 전주 등 290여 차례가 넘는 순회공연 등 끝이 없었다. 끝도 없는 경력을 계속 듣고만 있을 순 없었다. 딱 잘라 물었다.

“트로트가 좋은 이유가 뭐니?”

“발라드나 댄스, 록 같은 장르는 쉽게 질리지만 트로트는 한 번 들으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요. 트로트를 10대들도 관심 있어 하는 장르로 만들고 싶어요.”

24일 방송되는 SBS ‘도전 1000곡’에 출연한 그는 개그맨 김학도, 트로트 듀엣 ‘뚜띠’, 가수 방실이 등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5월에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못내 아쉬워 재도전한 끝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도전 1000곡’ 얘기가 나오자 그는 한숨부터 쉬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무대에서 떨어본 적이 없었는데 ‘도전 1000곡’은 정말 두려웠어요. 모르는 노래가 나와 빨간불이 울릴까봐 노이로제 걸릴 정도였죠. 그래서 지금도 우승했다는 게 뿌듯해요.”

빤짝이 티셔츠, 보석 목걸이, 팔찌…. 트로트 삼매경(三昧境)에 빠진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10대다. 그러나 그는 보아나 ‘동방신기’가 아닌 태진아와 하춘화에 열광한다.

“친구들은 제게 ‘넌 다르다’, ‘신기하다’고 말해요. 근데 막상 제 노래는 잘 안 시키더라고요. 하하. 트로트곡 말고도 윤도현의 ‘사랑했나봐’나 ‘주얼리’의 ‘수퍼스타’ 같은 노래도 잘 불러요. 최근에는 채연 누나의 ‘둘이서’도 연습했답니다.”

현재 김 군은 9월 경 방영 예정인 SBS 드라마의 주제곡을 녹음 중이다. 또 11월 경에는 2집 음반을 발매할 계획이다.

“한창 공부할 나이 아니니?”

김 군은 ‘픽’ 웃으며 딱 잘라 말한다.

“제 라이벌은 ‘보아’입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보아 누나처럼 ‘트로트’로 한류스타가 되는 것, 그게 바로 저의 꿈입니다. 왜냐고요? 공부보다 노래가 더 좋으니까요.”

대구=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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