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브가 부시의 선거공약부터 후원금 모금전략, 각 주의 공략방법, 유세일정 등 모든 걸 설계했다. 그가 손을 대지 않은 건 하나도 없다.”(워싱턴포스트 마이크 앨런 기자)
‘함께할 때 우리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영화 광고 카피 같은 이 말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을 두고 세간에 떠도는 말이다. ‘미 공화당 정책 최고 설계자’, ‘대선 설계자(The architect)’, ‘부시의 오른팔’ 등 로브 차장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2000년과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승리를 이끌어 낸 일등공신이자 정치 전략가, 부시 정부의 막후실세로 최고 권력 핵심부에 포진하고 있는 로브 차장이 일생일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른바 리크게이트(leak gate) 때문이다. 이제 로브 차장의 운명은?
EBS는 27일 밤 10시 특별기획 ‘2005 미 정가 최고 의혹의 실체, 칼 로브와 리크게이트’(연출 권혁미)를 방영한다. 이 시사 다큐멘터리는 2005년 미 정가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리크게이트의 실체와 그것이 로브 차장의 정치 경력 형성 과정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우선 리크게이트의 전말을 분석한다. 리크게이트는 이라크 주재 미국 대리대사 조지프 윌슨 씨가 미 정부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관련 첩보를 왜곡했다는 기고문을 뉴욕타임스에 실으며 시작됐다. 워싱턴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가 윌슨 대사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 씨가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임을 밝히면서 미 정부는 기밀 누설자를 찾기 시작했고 결국 로브 차장이 발설자로 지목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제작진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넘어 리크게이트 사건 속에 숨어 있는 미 정계의 복잡한 정쟁 관계를 밝히기 위해 로브 차장의 모든 것을 분석한다. 부시란 인물을 두 번이나 미국의 대통령에 올려놓은 그의 선거 전략, 백악관 내의 역할을 짚어본다.
권혁미 PD는 “리크게이트는 언론의 자유, 대통령 측근 비리, 정치권의 술책 등이 얽힌 복합적 사건”이라며 “로브 차장과 미 정계의 문제를 깊이 있게 고찰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비리를 반추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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