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주석’ 4집 앨범 발표

  • 입력 2005년 7월 27일 03시 06분


다음달 3일 새 앨범을 발표하는 래퍼 주석은 “외국에서 힙합을 접하고 돌아온 뮤지션들보다 힙합 음악을 더 잘 알고 잘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다음달 3일 새 앨범을 발표하는 래퍼 주석은 “외국에서 힙합을 접하고 돌아온 뮤지션들보다 힙합 음악을 더 잘 알고 잘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25일 오후 10시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흰 티셔츠에 반바지, 흰 중절모에 슬리퍼. “지금 보쌈 먹고 와서 입에서 마늘 냄새 나요”라는 솔직한 인사. 데뷔 8년 차의 힙합맨 주석(본명 박주석·27). 언더그라운드 힙합 음악의 상징인 ‘마스터 플랜’ 음반의 수석 래퍼 아니랄까봐 그는 몸짓, 발짓, 심지어 내뿜는 체취까지 자유로웠다. ‘언더힙합’의 스타인 그가 8월 3일 4집 음반 ‘슈피리어 vol.2’를 내놓는다. 》

○ 주석의 변심? No! 대중의 변신? Yes!

“2001년 데뷔 음반 발표 때만 해도 사막에 혼자 집을 짓는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집도 튼튼하고 인테리어까지 신경 쓰는 기분이랄까요. 힙합을 알아주는 분들이 많아져서 여건이 좋아졌죠.”

홍대 앞 클럽에서만 활동해 왔지만 주석은 이현도, 김범수, 김진표, 애즈원 등의 가수들로부터 ‘함께 노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지금까지 발매된 3집까지의 음반은 순전히 입소문만으로 10만 장이 넘게 팔렸다.

그러나 1년 8개월 만에 나오는 4집은 “주석도 이런 음악을?”이라는 놀라움을 불러일으킨다. 데뷔 초 언더 힙합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랩과 거친 손가락 찌르기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면 새 앨범은 도시계획으로 잘 정리된 신도시 그 자체다. 아니나 다를까. 앨범 부제목이 ‘서울 시티즈 파이니스트’다.

“원래 도시적인 느낌을 좋아했어요. 특히 서울에 애착이 많죠. 그래서 이번에는 서울의 멋스러움을 힙합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신인 여가수 임정희가 참여해 힙합을 예찬한 타이틀 곡 ‘힙합뮤직’은 도시적 세련미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관능적인 리듬앤드블루스 ‘하루 종일’이나 가수 채연이 참여한 마이애미 댄스 풍의 ‘놀자’는 ‘주석의 재발견’ 그 자체다. 그런가하면 가수 휘성과 그룹 ‘신화’의 멤버 에릭이 함께 한 ‘모스트 원티드’는 오버와 언더 문화의 접합점을 찾은 랩 곡이다.

“이번 음반이 대중적이라고요? 맞는 말입니다. 다만 ‘대중적’이란 말도 바뀌었죠. 더 이상 힙합을 잘 모르는 대중이 아닙니다. 예전처럼 ‘힙합은 이래야 돼’라며 가르치려 들면 달아나죠.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힙합을 논(論)하면 됩니다. 그게 이번 4집이죠.”

○ 언더 힙합맨? No! 힙합스타? Yes!

그의 말대로 4집 음반은 1집에 비하면 ‘버터’가 발린 듯한 부드러운 힙합이다. 분명 주석의 진일보한 음악적 변신이지만 홍대 앞 클럽의 언더 힙합맨 주석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탐탁하지 않은 변화일 수도 있다.

“전 한 번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이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그저 제가 하고 싶은 힙합 음악을 오버 쪽에서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아 홍대 앞 클럽을 찾은 것이죠. 전 예나 지금이나 힙합스타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 그게 목표죠.”

10년 전 외국에서 전학 온 친구로부터 받은 힙합 ‘짬뽕 테이프’. 그 속에 수록된 투팍,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같은 흑인들의 랩을 듣고 “힙합은 내 삶”이라고 결정한 그에게 언더와 오버 문화의 구분은 관심사가 아닌 듯했다.

“힙합 음악 자체가 자주적인 장르라 언더와 오버의 충돌은 어찌 보면 당연하답니다. 하지만 2005년 현재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힙합음악이 없다면 얼마나 불행할까요. 요! 그렇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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