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32>臼(절구 구)

  • 입력 2005년 7월 29일 03시 08분


臼는 곡식을 찧는 절구의 단면을 그렸는데, 좌우로 표시된 돌출된 획을 ‘설문해자’에서는 쌀이라고 했지만 찧기 좋도록 만들어진 돌기로 보인다. ‘나무를 잘라 절굿공이를 만들고, 땅을 파 절구로 썼다’고 한 ‘주역’의 말로 보아 옛날에는 땅을 파 절구로 쓰다가 점차 나무나 돌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臼에서 파생된 U(퍼낼 요)는 절구(臼)에 찧은 곡식을 손(爪·조)으로 긁어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는 비슷한 형체의 R(함정 함)과 주의해 구별해야 하는데, R은 사람의 발이 구덩이에 빠진 모습으로 ‘함정’의 의미를 그렸으며, 이후 ‘흙(부·阜·부)’ 구덩이라는 뜻에서 陷(빠질 함)으로 발전했다.

현행 옥편의 臼부수에 든 글자들 중, 용(찧을 용)과 S(가래 삽)은 절구(臼)와 관련된 글자들이다. 용은 갑골문에서 두 손으로 절굿공이를 들고 절구질을 하는 모습이며, 소전체에 들면서 두 손과 절굿공이가 용의 윗부분으로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S은 원래 큰 나무줄기를 그린 干(방패 간)과 臼로 이루어져 나무(干)로 만든 절굿공이가 절구(臼) 속에 든 모습에서부터 ‘넣다’와 ‘꽂다’의 뜻이 나왔고, 흙을 뜨는 농기구인 ‘삽’까지 뜻하게 되었다. 이후 의미를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手(손 수)를 더해 揷(꽂을 삽)을, 金(쇠 금)을 더해 T(가래 삽)을 만들어 분화했다.

그러나 여(마주들 여), 與(줄 여), 興(일어날 흥) 등은 모두 절구가 아닌 ‘손’과 관계된 글자들이다. 예컨대, 여는 윗부분과 아랫부분(공·공)이 모두 두 손을 마주한 모습으로, 두 사람이 서로 힘을 합해 무거운 물건을 마주든 모습을 형상화했다. 여기에 함께하다는 의미의 同(함께 동)을 더한 글자가 興이요, 독음을 나타내는 ](어조사 여)가 더해진 글자가 與이며, 與에 다시 손동작을 강조하기 위해 手를 더해 분화한 글자가 擧(들 거)이다.

나머지 舅(외삼촌 구)와 舊(옛 구)에서의 臼는 소리부로 쓰여, 舅는 남성(男·남)인 외삼촌이나 시아버지를 지칭하고, 舊는 부엉이처럼 솟은 눈썹을 가진 새((추,환)·환)를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