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내용은 27일 오후 9시 25분 방영된 KBS2 일일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극본 유남경·연출 김석윤)의 170회. 맞벌이 하는 아들 내외를 위해 손자를 돌보던 시어머니가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온 사이에 어린 손자가 식탁 위의 국그릇을 엎어 손에 가벼운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갔다. 이 소식을 듣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온 며느리는 “애를 어떻게 봤느냐”고 화를 버럭 내며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생생하게 방영됐다. 어머니가 눈물을 쏟으며 아들에게 하소연했지만 아들은 “어머니가 잘못했잖아요”라며 외면해 버린다.
이 같은 내용이 방영된 뒤 이 프로그램 인터넷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28일 오후 11시 현재 3000건 이상의 항의 글이 올랐다. 대다수의 시청자는 “있을 수 없는 패륜 장면”이라며 분노를 나타냈다. “어떻게 이런 장면이 공영방송에서 방영될 수 있는가”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시청자 홍성숙 씨는 “공영방송이 미친 것 아니냐. 온 가족이 모여서 시청하는 시간대에 웬 패륜 장면이냐”며 “함께 보던 가족 모두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고 항의했다.
일부 시청자는 “시청 연령 제한이 없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지나친 설정이었지만 전혀 현실성 없는 얘기는 아니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비난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자 이 드라마를 제작한 김석윤(41) PD는 시청자 게시판에 “부모 자식 간 갈등의 극단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해명 글을 실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청자 이혁화 씨는 “이 장면을 본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변명하겠느냐”고 반박했다.
김 PD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마지막 편집할 때까지 폭행 장면을 넣을지 많이 고민했지만 실제 장면을 보여 주지 않으면 요즘 세태를 표현할 수 없다고 봤다”며 “현실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시청자들의 항의가 강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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