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현대의학에서는 대체로 “이열치열이 건강에 좋다는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왜 그럴까.
○ 여름철 인체를 이해하자
더우면 체온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은 항온동물. 오르는 체온을 방치하면 죽을 수도 있다. 결국 혈류량과 땀을 이용한 체온조절 시스템이 가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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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스템은 피부 혈관을 확장하고 혈류량을 늘림으로써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또 땀을 만들어 내면 이 땀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 간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몸속 장기로 흐르는 혈류량은 줄어든다. 혈액 공급이 줄어든 소화기의 기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름철에 소화불량 증세가 흔한 것이다. 찬 음식을 먹으면 설사가 잦은 것도 같은 이유다. 소화기에 공급되는 혈류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소화를 못 시킨 음식을 강제로라도 배출하는 것.
이불을 덮지 않고 자면 배탈이 잘 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새벽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노출된 배 부위의 열을 빼앗기면 소화기로 가는 혈류량이 또 줄어든다. 배만이라도 덮고 자는 게 좋다.
○ 한의학에선 이열치열 음식으로 삼계탕 보신탕 추천
현대의학에서는 땀을 흘렸다고 더 시원해진다고는 보지 않는다. 실제 땀을 뻘뻘 흘리며 삼계탕을 먹은 뒤에도 체온은 그대로다. 땀이 열을 앗아갔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 뿐이란 것. 든든하다는 생각 역시 뜨거운 음식이 소화기를 자극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느낌일 뿐이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이열치열을 훌륭한 여름 건강법으로 본다. 음식을 먹고 난 뒤 개운한 느낌이 드는 것도 더위 해소에 간접적 도움이 된다.
삼계탕이나 보신탕이 가장 좋은 음식으로 추천된다. 육개장 등 매운 음식도 더운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 그 밖에 인삼, 맥문동, 오미자, 대추도 따뜻한 성질이 있다. 이런 약재는 데운 뒤 식혀 먹어도 따뜻한 성질을 유지한다.
○ 노약자 심장질환자는 이열치열 금지… 사우나 등서 무리한 땀빼기 금물
무리해서 내는 땀은 적합하지 않다. 특히 이열치열을 한답시고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무리하게 땀을 내는 것은 양·한방을 막론하고 권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 경우 체온조절 시스템이 손상돼 오한이나 감기에 걸리기 쉽다. 탈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의학에서도 이렇게 땀을 빼면 양의 기운이 더 많이 빠져나가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열치열 개념은 건강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는 것도 양·한방의 의견이 일치하는 대목. 열과 관련된 질병을 고치려는 의도로 이열치열을 이용하면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아이, 심장질환자, 이뇨제 복용 환자에게 이열치열을 적용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한편 얼음으로 마사지하는 ‘이냉치열(以冷治熱)’도 좋지 않다. 물론 얼음이 닿는 순간은 시원하다. 그러나 그뿐이다. 오히려 피부 혈관을 축소시키고 땀 분비를 막아 체온조절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냉방이 너무 잘 된 곳에 오래 있을 때 생기는 냉방병도 엄밀히 말하면 이 시스템이 손상되고 면역력이 떨어져 나타나는 것이다.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영양을 고루 섭취하면서 전체적으로 무리하지 않는 ‘평범한’ 건강법이 여름나기에도 적용된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 울산대 생리학과 임채헌 교수, 경희대한방병원 내과 정승기 교수,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강은희 과장)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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