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1부 전시는 조선왕조 몰락부터 개화기, 일제 침략, 광복을 거쳐 4·19혁명 이전까지 회화와 조소, 공예, 디자인, 광고, 사진, 영화, 건축, 만화 등 800여 점이 전시된다.
미술사적으로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최근 발굴된 최지원(崔志元)의 목판화 ‘걸인과 꽃’. 개인이 소장해 온 이 작품은 꽃을 든 사람 뒤쪽으로 물동이를 이고 가는 소녀의 모습을 대비시킨 단색 목판화다. 그동안 실물의 행방이 알려지지 않은 채 한국인의 판화로는 처음으로 1939년 제18회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 선보였다는 기록만 전해져 왔다. 이 작품의 발굴로 1950년대 후반이 처음인 것으로 추정되어 온 한국 현대판화의 역사가 20여 년 앞당겨졌다.
‘주호(珠壺)’가 호인 최지원은 정확한 생몰연대조차 알려지지 않았으나 집이 가난해 평양의 광성고등보통학교 2학년 때 중퇴하고 독학을 하면서 판화 제작에 몰두했으며 일본 사람들에게서 ‘한국의 밀레’라는 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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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는 이 밖에도 김기창의 유화 ‘해녀’(1936년), 김규진의 수묵화 ‘세죽’(연도 미상) 등이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해녀’는 1936년 제15회 선전에서 입선을 차지한 작품으로 1999년판 전작 도록 ‘운보 김기창’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김기창은 1977년 정우사에서 펴낸 ‘나의 사랑과 인생’에서 목포 바닷가의 해녀 4명을 그린 뒤 멋진 배경이 필요해 1월 말 함흥의 바닷가 절벽을 찾아 5일간 눈발과 거친 바람을 맞아가며 고생 끝에 완성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조각가 문신의 1948년 작 유화 ‘고기잡이’, 북한 미술 형성에 크게 기여한 러시아 레핀아카데미 교수였던 변월룡의 1953년 작 ‘김용준(월북 작가)의 초상’, 그 이듬해 작품인 ‘북한의 작가 이기영 초상’, 국내 추상도안의 역사를 증언하는 이순석의 1931년 작도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
여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누드화인 김관호의 ‘해질녘’(1916년), 김만술의 브론즈 작품 ‘해방’(1947년), 이쾌대의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1948∼49년), 박수근의 ‘아기 업은 소녀’(1953년) 등도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미술관 측은 신문, 잡지의 삽화를 비롯한 인쇄물과 의상 등 시대상을 반영하는 자료도 곁들여 한국현대사를 시각적 이미지물로 훑을 예정이다. 12일 개막 전야 퍼포먼스 ‘소리 공연: 1930년대를 가다’와 한국근대영화제(12∼14일)가 마련돼 있다. 10월 23일까지. 02-2188-6000
허문명 기자 ang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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