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소프라노 조수미(사진)와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의 듀오 공연. 2부 순서가 끝나고 청중들의 갈채 속에 흐보로스토프스키가 홀로 걸어 나오자 객석에 앉아있던 공연 주최 측 관계자들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대형 공연에는 변수가 많아 신경이 민감해져있던 터였는데 앙코르 첫 순서로 예정된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듀엣이 흐보로스토프스키가 혼자 부르는 이탈리아 민요 ‘오 솔레미오’로 급작스레 대체됐기 때문.
대다수 청중이 모르고 있던 3분여의 긴장은 잠시 뒤 조수미가 새 옷으로 갈아입고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등장하자 풀렸다. “수미 씨가 관계자들은 모르게 앙코르 곡을 부를 때 입을 새 드레스를 준비해두고 있었어요. 2부 순서가 끝나고 갈아입을 시간이 충분치 않자 수미 씨가 ‘안되는데’ 하며 당황했고, 흐보로스토프스키 씨가 ‘염려 말아요. 일단 혼자 나갈게요’라며 씩 웃음지은 뒤 걸어나갔죠.” 무대 뒤에 있던 한 공연 관계자의 설명.
조수미가 앙코르용 ‘세 번째 드레스’를 공연 관계자에게도 감추어둘 정도로 성의 있게 준비한 이날 공연은 앙코르와 이어지는 갈채만 30여 분에 이를정도로 열광적인 환호 속에 끝났다.
당초 네 곡이 예정됐던 앙코르곡은 여섯 곡으로 늘어났고, 두 사람이 ‘사진찍기 좋은’ 포즈를 취해주자 1층 관객들이 ‘폰카’를 들고 록이나 팝 콘서트처럼 우루루 앞으로 달려 나가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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