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씨(5일 방영)는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자, 최연소 신문소설 연재 작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등 이색 기록을 갖고 있다.
다작인 그에게도 글쓰기는 여전히 두려운 일이다. 최 씨는 “쉬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쏟아 내지만 글을 쓰기 전에는 언제나 불안하고 공포마저 느낀다”고 고백한다. 그는 그러나 “한번 글을 쓰기 시작하면 무아지경에 빠져 단숨에 글을 써내려 간다”며 “마치 접신(接神)하는 듯한 그 맛에 글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빈대가 끓는 목욕탕 이층 쪽방에서 신혼 생활을 한 이야기와 ‘별들의 고향’을 영화화할 당시 이장호 감독이 찾아와 영화화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하며 혈서를 쓴 사건을 공개한다.
김훈 씨(12일 방영)도 글쓰기에는 영 자신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나는 작은 작가다.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하지만 원고지에 연필을 대면 글이 잘 써질 것인지 안 써질 것인지 느낌이 온다고 한다. 그는 최근 펴낸 신작 ‘개’에서 기존 ‘칼의 노래’ 등에서 쓴 8박자, 16박자의 문체 대신 3박자의 문체를 실험했다고 말했다.
신문사 기자였던 그는 스무 번에 가까운 사표를 냈다. 마지막 사표를 낼 땐 하도 사유를 쓰기가 귀찮아 ‘안녕’이란 두 글자만 쓴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의 주례사는 그래서 독특하다. “인생은 진부하고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니 그것을 각오하라.”
숱한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이문열 씨(19일 방영)는 자신의 이름 앞에 ‘성실한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는 “정치에 입문하라는 권유가 많았지만 이번 생은 작가로서 마감하고 다음 생에 정치인으로 자신을 단련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 씨는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소방대원이 불을 끄고 싶을 때만 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출판사인 민음사 박맹호 회장이 부업으로 번역을 권유한 ‘삼국지’가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돼 본업인 작품 활동에 걱정이 없어졌다는 뒷얘기도 소개한다. 그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그걸 꿰뚫을 수 있는 감각을 키우라”고 당부했다.
강성욱 PD는 “세 소설가의 문학보다 인생에 초점을 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그들의 진솔한 면모를 엿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