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대 최고의 브랜드’, ‘330억 원 이상의 브랜드 가치’, ‘기술과 철학이 만난 기업’, ‘최고의 자동차 명가(名家)’…. 포드(Ford Motor Company)사를 소개하는 문구이다.
그러나 창립 100주년을 바라보았던 포드사에도 ‘대기업 병’이 잠재해 있었다. 겉으로는 전 세계를 호령하는 듯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자동차 사업부는 계속 적자였고, 핵심 사업에 주력하는 역량은 부재했으며 자본 투자는 빈약했다. 주식 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외부 상황도 위기에 한몫했다.
급기야 2001년과 2002년 각각 54억5000만 달러, 9억8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고 2001∼2002년에는 시장점유율이 곤두박질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2003년 초에는 재정난이 심각해 도산이 임박했다는 루머가 증권가에 파다하게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사람에 의해 포드사는 회생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름 아닌 빌 포드 씨.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03년 포드가의 일원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그는 100년 만에 찾아온 회사의 위기에 맞선다.
저자 데이비드 마지 씨는 패기 넘치는 젊은 CEO 빌 포드 씨와 포드사 내부 사정을 근거리에서 밀착 취재하여 그들이 과거에 이룩한 성공과 실패를 되짚어보고, 빌 포드가 포드사를 어떻게 혁신과 성장의 새 시대로 이끌었는가를 밝히고 있다.
집안싸움이 드물고 자선사업에 앞장서는 것으로 손꼽혀 온 명문가의 후광을 업었으며 자사 TV 광고에 스스로 출연한 덕분에 연예인에 곧잘 비견되었던 빌 포드 씨는 1979년 헨리 포드 2세 퇴임 이후 오랜만에 포드 가문 출신으로 회장이 되었다.
그가 취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취임 직후 “지난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위대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밝힌 후 경험 많은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로 경영진을 구성해 전통의 무게에 짓눌린 잘못된 정책들과 싸우며 생산의 펀더멘털(기본)부터 다시 챙기고 무려 3만5000명을 해고하는 뼈를 깎는 긴축을 시작했다.
마침내 시장점유율은 다시 올라서기 시작했고 수익은 늘었다. 2004년 1분기(1∼3월) 수익 20억 달러를 시작으로 분기 실적 기준으로 9차례 연속 흑자를 낸다.
이 책은 한 능력 있는 CEO의 리더십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가 가문의 일원으로서 기업을 떠맡아 성공했다는 점에서 재벌 세습이 옳으냐 그르냐라는 문제 제기 이전에 누가 그 기업을 떠맡느냐가 중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허문명 기자 ang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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