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38>艸(풀 초)

  • 입력 2005년 8월 1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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艸는 갑골문에서 철(싹 날 철)이 둘 모인 모습인데, 철은 떡잎을 피운 ‘싹’의 모습이다. 철이 셋 모이면 卉(풀 훼)가 되고 넷 모이면 )(잡풀 우거질 망)이 되어, 철의 수가 많을수록 정도가 강화되었다. 艸의 경우, 금문부터는 소리부인 早(새벽 조)를 더하여 草(풀 초)로 분화해, 단독으로 쓰일 때에는 草,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에는 艸(g)로 썼다.

풀은 식물의 대표이기 때문에, 艸는 풀의 총칭은 물론 풀의 구체적 명칭, 나아가 식물의 특정 부위를 지칭한다. 먼저 芻(꼴 추), 葬(장사지낼 장), 莽(우거질 망), 莫(없을 막, 暮의 원래 글자) 등은 풀이 그대로 자형에 든 모습인데, 芻는 손(又·우)으로 풀(艸)을 뜯는 모습을, 葬은 풀숲())에 시신(死·사)이 놓인 모습을, 莫은 풀숲()) 사이로 해(日·일)가 넘어가는 모습을, 莽은 풀숲()) 사이로 사냥개(犬·견)가 짐승을 잡으러 분주히 다니는 모습을 그렸다. 다만 芻를 제외한 나머지 글자들에서는 아랫부분의 艸가 공(두 손으로 받들 공)으로 변했다.

다음으로, 식물의 특정 부위를 지칭한 경우로, 花(꽃 화)는 씨를 맺어 새로운 생명으로 변화시키는(化·화) ‘꽃’을, 英(꽃부리 영)은 식물의 핵심부(央·앙)를, 葉(잎 엽)은 식물에 달린 잎(…·엽)을 말한다.

셋째, 일반적인 식물을 뜻하는 것으로, 苗(모 묘)는 논(田·전)에서 자라나는 어린 싹을, 藝(심을 예)는 두 손으로 묘목을 심는 모습(w·예)이었는데 이후 云(이를 운, 雲의 원래 글자)이 더해졌다. 藥(약 약)은 병을 치료해 즐거움(樂·락)을 주는 식물을, 荒(거칠 황)은 풀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황) 모습을 말한다.

하지만 萬(일만 만), 若(같을 약), 苟(진실로 구) 등은 艸와 관계없는 글자들이다. 萬의 윗부분은 전갈(h·채)의 집게발을, 若은 원래 여인이 산발한 머리칼을 두 손으로 다듬고 있는 모습을 그렸고, 苟는 양을 토템으로 삼던 중국 서북쪽의 羌族(강족)들이 굴복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모두 잘못 변해 지금처럼 된 글자들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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