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태진(李泰鎭·한국사) 교수는 11일 미국의 한국사 연구자인 캐럴 쇼 씨가 최근 미국에서 찾아내 기탁한 그림들을 공개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탈리아 잡지 ‘라 트리부나 일루스트라타’ 1907년 8월 4일자 표지에 실린 순종황제 즉위식 그림. 일제는 대한제국의 고종황제를 강제 퇴위시킨 뒤 1907년 7월 20일 병력을 동원해 서울 경운궁(慶運宮·현재의 덕수궁)을 포위한 채 중화전에서 순종황제의 즉위식을 가졌다. 그러나 순종황제는 그 자리에 없었다. 일제의 강요에 의한 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 참석을 거부한 것이다. 일제는 순종황제 대신 어좌(御座)에 대리인을 앉혀 즉위식을 강행했다. 이런 사실은 그간 사료를 통해 알려져 온 바이지만 이 그림을 통해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확인된 것.
이 교수는 “초록색 관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 어좌에 앉은 사람은 환관(宦官)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제에 의한 강제 즉위식 상황을 보여 주는 귀중한 그림 사료”라고 평가했다.
![]() 1904년 서울에 진주한 일본군이 전차를 타고 있는 조선인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자리를 빼앗는 장면을 그린 그림. 자료 제공 이태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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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또 1904년 초 일본군이 전차를 타고 있는 조선인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자리를 빼앗는 장면을 담은 그림(미국 사진잡지 ‘블랙 앤드 화이트’ 1904년 2월 13일자) 등도 공개했다. 그는 “1904년 2월 러-일전쟁 발발 당시 서울에 진주했던 일본군이 군사 작전을 위해 전차를 징발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 그림은 서울대출판부에서 올해 말경 출간 예정인 쇼 씨의 저서 ‘The Foreign Destruction of The Kingdom of Korea:1904∼1907’에 수록될 예정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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