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5일 2박3일 동안 열린 이번 ‘수도생활 체험학교’에도 20대 가톨릭 남녀 청년 70여 명이 참가해 하느님 안에서 자신을 철저히 감추고 낮추며 거룩한 삶을 살다 간 베네딕트(480∼547) 성인의 ‘하느님 사랑법’을 배웠다.
청년 수련생들은 13일 오후 이곳에 도착하자 새로운 수도명과 옷을 받고 서원장을 비장한 각오로 작성했다. ‘…수도자다운 삶을 배우고,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앞으로 하느님 자녀로서의 삶을 개선해 나갈 것을 약속합니다.’
수련생들은 우선 수도생활을 50년 동안 해온 독일인 현 바르톨로메오(왜관 낙산성당 주임) 신부의 강연을 통해 하느님 만나는 법을 배웠다. 현 신부는 △말씀(성서) △자연 △사람 △기도 △고통 △침묵 등 하느님을 만나는 6가지 방법을 설명했다. 이어 허 로무알도 수련장 신부가 ‘베네딕트 성인의 생애’에 대해 강연했다. 허 신부는 영적으로 성숙한 하느님의 사람이 되려면 교만 대신 겸손을, 음욕 대신 순결(거룩)을, 분노 대신 온유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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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8시경. 대지를 달군 해도 지고 어둠이 서늘한 바람을 선사할 무렵 수도원 성당에서는 수련생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참회 예절 및 고해성사.’ 수련생들은 촛불을 켜고 무릎을 꿇은 채 침묵하며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르간 선율 속에 박 안셀모 수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를 힘들게 했던 과거의 일이나 사람들과 화해하지 않으면 늘 그 일이나 사람에 얽매이게 됩니다. 이제 훌훌 털어버리십시오. 주님 앞에서 상처와 아픔을 태워버리고 주님께서 주신 기쁨과 평화의 삶을 누려 보십시오.”
수련생들은 이어 종이를 받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를 적으며 하느님과 화해하는 시간을 갖고 밤늦게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했다. 천윤경(28·여·디자인회사 근무·서울 마포구 상암동) 씨는 “마음을 정화하고 평안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14일 오전 6시에 기상한 수련생들은 ‘아침 명상’ 시간에 구심(求心)기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를 체험했다. 박 수사는 “사랑하는 연인들은 아무 말 없이 쳐다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안다”며 “구심기도도 이처럼 아무 생각 없이 침묵 속에 자신의 마음을 하느님께 편안히 맡기는 기도”라고 설명했다. 수련생들은 등을 곧추세우고 심호흡을 하면서 “하느님, 당신 안에 머물며 당신과 함께하는 참 평화를 주소서”라고 간청했다.
이날 낮 불볕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련생들은 수사들이 농사를 짓는 인근 논에 맨손으로 들어가 풀을 뽑는 노동체험을 하기도 했다. 서현준(23·대학생·부산 연제구 거제동) 씨는 “수사님들처럼 농사일을 직접 해보니 신앙은 곧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련생들은 또 10여 명이 한 조가 되어 ‘베네딕트의 생애’에서 배우는 교훈을 하나씩 갖고 체험을 나눈 뒤 이를 바탕으로 조별로 연극을 만들거나 이야기를 꾸며 이날 저녁 발표하며 친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2박3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15일 오후 수도원을 나서면서 수련생들은 처음 도착해서 썼던 서원장을 들고 떠났다. 서원장은 내내 그들의 신앙을 담금질하는 추억이 될 것이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이 체험학교 외에도 젊은이들을 위한 기도모임(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후 4시)과 열린 미사(매달 마지막 일요일 오후 3시)를 갖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의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90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인터넷 다음카페 ‘베네딕도의 벗들’(cafe.daum.net/osbfriends)도 운영되고 있다. 054-970-2323
왜관=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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