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美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주인공의 4色 심리-치료법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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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위기의 주부?’ KBS 2TV가 방영하는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일 밤 11시)이 국내 주부 마니아 팬들을 낳고 있다. 미국 ABC TV가 방영한 이 드라마는 평범한 주부 4명의 생활과 비밀을 들여다보며 전업 주부들의 심리를 파헤치는 23부작 코믹 미스터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가 “남편이 밤 9시에 잠들면 나는 위기의 주부들을 본다. 나야말로 위기의 주부”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은 물론 한국 여성들도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KBS 인터넷 게시판에서 시청자 송명진 씨는 “네 주부의 다양한 문제가 한국 주부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공감이 간다”고 했다. 전업 주부를 대변하는 네 주부의 심리와 문제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부부클리닉 후’의 김선희(임상심리학 박사) 실장이 분석했다. 독자들은 과연 어떤 타입일까.》

▼브리 반 드 캠프 “우린 문제가 전혀 없어요”▼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를 연상시키는 브리는 남들이 보기엔 완벽한 아내이자 어머니. 그러나 가족들은 브리 때문에 숨막혀 하고 남편은 이혼을 요구한다. 남편과 섹스 도중에도 탁자의 빵에서 치즈 크림이 떨어질까봐 신경 쓰는 그는 상담 클리닉에 가서도 자신의 문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트윈 니트에 무릎길이 스커트,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한 머리는 그의 결벽증을 드러낸다.

▽분석▽

브리는 정리정돈과 규율을 중시하는 강박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사람이다. 자신이 정해둔 질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불안해진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는 주변인이 자신의 완벽함을 거스르면 비난하고 지시를 내리기 때문에 주변인들은 항상 긴장하고 피곤해한다. 강박 성향은 본인의 노력 없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남들 앞에서 의도적으로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남편도 아내 탓만 하지 말고 “집안 정리하느라 힘들었겠네” 등 구체적으로 아내를 칭찬한 뒤 문제점에 대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가브리엘 솔리스 “원하는 건 다 가졌지만…”▼

모델 출신인 가브리엘은 돈 많은 남편을 만나 화려하게 살고 있다. 바쁜 남편은 스포츠카 등 가브리엘이 원하는 것은 모두 사 준다. 가브리엘은 그러나 결혼 생활을 지루해하고 정원사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 존과 집에서 바람을 피운다.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나 미니스커트에 슬리브리스 등 그의 패션은 내면을 반영한다.

▽분석▽

가브리엘처럼 물질적 풍요에 집중하는 여성의 내면에는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런 사람은 자기 욕구 충족을 우선시하며 과시적인 성격으로 늘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관객’을 필요로 한다. 아이도 낳지 않고 집안일도 하지 않는 가브리엘이 네 주부 중 인기가 가장 많은 이유는 그처럼 살고 싶은 욕구가 시청자들의 내면에 있기 때문. 그러나 이런 성격은 외도가 아니라 무엇을 하든 공허감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남편 탓도 크다. 고소득 전문직 남성 중 이런 이들이 많은데 아내와의 정서적 관계에 자신이 없어 돈으로만 보상하려는 무능한 남편이다.

▼리네트 스카보 “낙오자가 된 것 같아.”▼

결혼 전 85명의 직원들을 거느릴 정도로 잘나갔던 리네트. 임신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면서 그의 삶은 난장판이 됐다. 과잉행동 증후군이 의심되는 아이들 때문에 세수할 시간도 없다. 질끈 묶은 머리에 헐렁한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는 것이 그의 현재 모습이다. 사이는 좋지만 항상 바쁜 남편은 아이들의 양육을 돕지 않는다.

▽분석▽

리네트는 관계 지향적인 여성성보다 성취 지향적인 남성성이 강한 타입. 가정은 직장 생활에 비해 뚜렷한 보상이나 성취감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의미를 찾기 어려운 곳으로 여긴다. 일을 그만둔 여성이 ‘나만의 영역이 사라졌다’는 상실감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것은 흔하다. 이런 경우 자신의 일을 그만두게 한 요인을 원망한다. 더 어려운 일도 잘 해냈는데 집안에서 쩔쩔매는 현실에 무력감이 들겠지만 이는 선택의 문제일 뿐,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이 경우 남편은 아내의 집안일을 도와주고 아내가 가사와 병행할 만한 사회봉사 활동 등을 추천하는 게 좋다.

▼수전 마이어 “전남편만 만나면 나는 괴물이 돼.”▼

젊은 여비서와 바람난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 사는 수전은 남편에 대한 미움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가족 사진들에는 남편의 얼굴이 오려져 있다. 배관공 마이크에게 접근하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해 망설인다. 남편의 배신에 늘 괴로워하지만 자신은 “세 번만 웃어 주면 사랑에 빠진다”고 말하는 단순한 면도 지니고 있다.

▽분석▽

사랑의 상처를 받은 뒤에는 대부분 마음의 문을 닫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사랑을 기대한다. 수전은 이 단계에 속한다. 외도는 일회성이었든 사랑이었든 상대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열패감(劣敗感)이다. 수전도 여성적인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 호감을 둔 남성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 금방 거리를 둔다. 수전의 남편처럼 외도를 한 남자는 “마음 가는 대로 행동했을 뿐”이라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당신이 잘못했다”고 말해봤자 해결이 되지 않는다. 외도보다 ‘외도 이후’가 더 중요하다. 이혼하지 않을 것이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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