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뉴욕 밀라노 런던 등 세계 4대 컬렉션이 올가을 트렌드로 전망했던 블랙 컬러가 국내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의 블랙 컬러는 답답하고 지루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화려하고 세련된 정제미를 추구한다.
파리 모드 박물관의 큐레이터인 파멜라 골빈은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새로 돌아온 블랙 패션의 특징은 옷감과 디자인의 균형”이라고 분석했다.
‘보그’의 패션 디렉터 샐리 싱어는 시애틀 타임스에서 “벨벳 실크 비스코스(인조 견사) 등 다양한 질감과 소재의 블랙 코디네이션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블랙의 매력은 빛의 투과에 따라 회색 갈색 붉은색 느낌이 제각각 연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블랙 패션의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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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패션 트렌드는 믹스 앤드 매치나 소녀 느낌의 로맨티시즘의 영향으로 컬러와 프린트의 향연이었다.
삼성패션연구소 최윤정 연구원은 “올해 여름이 핑크 컬러 유행의 정점이었다”며 “현란하고 밝은 색이 유행한 뒤에 오는 블랙 컬러는 클래식의 우아함을 내세운다”고 말한다.
세계적 디자이너들은 3, 4년마다 한 번씩 블랙 컬러를 메인으로 무대에 올리는 경향이 있다. 얼리어답터부터 맨 마지막 단계의 추종자인 래거드(laggard)까지를 트렌드의 변천 주기로 보는 한국 패션계에서는 컬러의 10년 주기설이 통한다.
이에 따르면 올가을에는 미니멀리즘이 대세였던 1990년대 중반 이후 10년 만에 블랙이 돌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가을 트렌드를 아예 ‘턴 블랙 타임(Turn Black Time·블랙 시간으로의 귀환)’으로 이름지었다.
블랙의 유행은 여성들에게 반가운 뉴스다. 컬러 매치를 고민하지 않고 급하게 옷을 입어야 할 때, 블랙은 중간 이상의 패션 감각을 드러내 보일 수 있다. 체형의 결점을 보완하고, 관리도 수월한 데다 정장이나 드레스 차림으로도 무난하다.
1997년 옐로, 1998년 블랙, 2000년 레드, 2004년 블루, 2005년 핑크 등 해마다 유행하는 컬러 패턴이 있지만 여성들이 평소 입는 옷 컬러는 블랙과 그레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삼성, 모토로라 등 정보통신 제품까지 블랙 트렌드에 가세했다.
올해 블랙 컬러는 간편한 ‘패스트 패션’이 아니다. 블랙을 통해 여성미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가장 좋아했던 컬러인 블랙이 돌아온다”며 몸의 굴곡을 드러내는 블랙 정장과 등을 노출시킨 블랙 드레스를 제안했다.
○ 올 시즌 블랙 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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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블랙을 즐겨 사용하지 않던 디자이너들도 블랙의 매력에 빠져 있다. 원색의 화려한 프린트가 트레이드 마크인 에밀리오 푸치도 블랙을 사용했을 정도다.
샤넬 구치 프라다 등이 블랙 미니 드레스를 대거 소개했을 뿐 아니라 발렌티노와 마크 제이콥스는 블랙과 화이트를 배합한 1960년대 스타일 정장을 선보였다. 갭, 바나나 리퍼블릭 등 캐주얼 브랜드도 블랙을 메인 컬러로 택했다.
이번 시즌 블랙의 매력은 깊은 색감뿐 아니라 여유롭고 풍성한 볼륨감을 선보이고 있다. 제일모직 정구호 상무는 “자수와 수공예의 디테일 장식, 풍성한 볼륨을 준 계란 모양의 실루엣으로 상반과 대비의 효과를 노려라”고 제안한다.
벨 모양으로 풍성하게 부풀린 소매, 튤립 모양의 스커트, 허리를 졸라 묶어 X자로 만든 재킷과 원피스처럼 이번 블랙은 볼륨과 실루엣을 통해 견고한 구조미를 과시한다. 가을을 눈 앞에 둔 요즘 국내 의류 매장에서는 톤 다운된 고상한 레드나 퍼플을 블랙과 함께 매치한 컬러 코디네이션도 눈에 많이 띈다.
미국 스타일 닷컴의 패션디렉터 캔디 프랫 프라이스는 블랙의 매력을 이렇게 압축했다.
“블랙 옷을 구입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투자다. 지금 블랙 옷을 사면 먼 미래에도 언제든지 입을 수 있다.”
그는 블랙 롱 가죽 코트와 섹시한 블랙 세로 줄무늬 수트를 장만할 것을 권한다. 단, 블랙 모토 사이클 재킷이나 지나치게 남성 느낌의 재킷은 머릿속에서 지울 것. 블랙이야말로 여성의 관능미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유혹적인 컬러이기 때문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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