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세계 역사 이야기 현대편 상, 하’

  • 입력 2005년 8월 20일 03시 05분


1830년 일어난 프랑스의 ‘7월 혁명’을 소재로 한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림의 부제는 ‘1830년 7월 28일’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830년 일어난 프랑스의 ‘7월 혁명’을 소재로 한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림의 부제는 ‘1830년 7월 28일’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계 역사 이야기 현대편 상, 하/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최수민 외 옮김·정병수 그림/각 1만5000원, 1만6000원·꼬마이실(초등 고학년 이상)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교과서에 무미건조하게 기술된 역사를 아이들은 재미없는 암기과목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했단다” “∼했던 거였어” 등으로 끝나는 친근감 있는 입 말투의 문체로 역사적인 사건들을 ‘죽은 역사’에서 ‘생생한 이야기’로 되살려내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들려준다. 우리 옛이야기나 고대 역사를 다룬 어린이 책은 많이 나와 있지만 현대사를 어린이용으로 상세히 풀어쓴 책은 드물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들은 병사들을 이끌고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통령 궁으로 향했어. 저벅저벅… 쿵쿵…. 군홧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어. 무장한 장교들이 대통령 궁에 들어가 카스티요 대통령에게 말했어. ‘깨끗이 물러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총을 들이대고 험한 표정으로 을러대는데 어쩌겠어….”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페론과 그의 아내’)

워낙 방대한 분량인 만큼 저자는 가급적 ‘잔가지’들은 쳐내는 한편 아이들이 재미없게 느끼지 않도록 가급적 세세한 연대는 본문에서는 빼고 뒤의 연대표에 따로 게재했다.

이번에 ‘현대편’이 상, 하권으로 출간됨으로써 지난해 나온 ‘고대편’ ‘중세편’ ‘근대편’에 이어 세계 역사 이야기는 전 5권으로 완간됐다. 현대와 가까울수록 책의 난이도가 높아져 ‘고대편’은 초등 1∼4년, ‘중세편’은 초등 2∼5년, ‘근대편’은 초등 3∼6년에 맞춰 쓰였다. 하지만 ‘현대편’의 경우 20세기가 워낙 테러로 얼룩진 데다 굵직굵직한 사건이 많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에게 권할 만하다. 좀 쉽게 세계사를 훑어보고자 하는 중고교생이나 부모가 함께 읽어도 좋을 만한 책.

“트루먼 대통령이 원자폭탄을 떨어뜨리기로 한 결정이 과연 옳은 결정이었을까, 하는 의문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 사람들의 뜨거운 논쟁거리란다. 어떤 사람들은 군인도 아니고 전투와 아무 상관이 없는 그 많은 남자와 여자들,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죽인 건 무슨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지….”

나름대로 균형 있는 시각에서 사건들을 바라보고자 했지만, 미국의 교육자가 미국의 아이들을 위해 쓴 책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것은, 결국 번역서가 갖는 한계와 우리의 시각에서 우리가 쓴 어린이용 현대사 책의 필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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