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애인들의 재활-기쁨 카메라에… ‘세상을 만나는…’展

  • 입력 2005년 8월 23일 03시 07분


초등학교 졸업 이후 바깥 구경이라곤 한 적이 없는 스물네 살 청년 김민식 씨. 냇가에 누운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평생 소원이었던 개울가 물소리를 듣는 순간, 평소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던 그는 행복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세상과 소통했다. 사진 제공 푸르메재단
초등학교 졸업 이후 바깥 구경이라곤 한 적이 없는 스물네 살 청년 김민식 씨. 냇가에 누운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평생 소원이었던 개울가 물소리를 듣는 순간, 평소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던 그는 행복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세상과 소통했다. 사진 제공 푸르메재단
스물네 살 청년 김민식 씨.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근육이 굳어지는 희귀병으로 몸이 점점 뻣뻣해져 결국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더는 상급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방안에만 누워 지냈다. 그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다. 바로 개울가의 물소리를 듣는 것.

마침내 그는 올여름, 가족의 도움을 받아 개울가를 찾았다. 눈을 감고 물소리를 듣는 그의 얼굴에 놀랍게 웃음이 번졌다. 평생 웃음이라곤 없던 그였다. 양쪽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는 이어 오른 손가락 두 개를 꿈틀거리는 식으로 ‘나는 행복하다’는 것을 표현하며 세상과 소통했다.

인간에게 닥칠 수 있는 사고는 어떤 것이든, 그게 제 아무리 드물고 시간적으로 멀다 하더라도 언제나 그것에 대비해 준비해야 하는 ‘일어남직한 일’들이다. 세상은 진보한다고 하지만 불치의 병들은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비행기는 여전히 떨어지고 교통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며 미움과 증오가 촉발하는 테러까지 생겨 육체를 망가뜨린다.

민간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비영리법인 푸르메재단(www.purme.org)이 9월5∼1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층 서울갤러리에서 여는 ‘세상을 만나는 또 다른 시선’전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다. 돌연한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장애를 안은 채 살게 된 이들의 생활과 표정이 담겨 있다.

뇌 기형 장애를 앓고 있는 여섯 살 아영이가 특수 제작한 책상에서 힘겹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 사진 제공 푸르메재단

이번 사진전이 특별한 것은 장애인들 하면 얼핏 떠오르는 아픔과 고단함의 이미지가 아니라 현재에 만족하는 기쁨이나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는 재활의 이미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서울 맹학교 어린이들이 지리수업 도중 손으로 지구본을 더듬어 우리나라 위치를 확인하며 신기해하는 모습, 경기 파주시 정신지체 장애인 생활공동체 ‘어유지 동산’ 가족들이 여름캠프 첫날 신나는 물놀이를 끝낸 뒤 “사랑해요”를 크게 외치는 모습, 선천성 뇌 기형 장애를 앓고 있는 여섯 살 아영이가 특수 제작한 책상에서 힘겹게 그림 그리기를 하며 홀로서기 하는 법을 배우는 모습 등 모두 108점의 사진들은 새삼 일상과 삶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던져준다.

사진들을 보다 보면 육신의 나약함과 정신의 강인함에 대한 새삼스러운 자각이 든다. 약간의 충격에도 부서지고 터지는 약하디 약한 육체의 고통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인간정신의 강인함을 담은 다양한 이미지들은 비록 몸의 장애는 없으되 마음의 장애를 겪고 있는 많은 비장애인들에게 새삼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경기 파주시의 정신지체 장애인 생활공동체인 ‘어유지동산’ 가족들의 여름캠프 장면. 사진 제공 푸르메재단
‘당신께서는 보잘것없는 저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주셨죠. 그래서 저는 누구보다 행복했습니다. 제가 그 큰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죽는 날까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드리는 것밖에 없습니다. 힘없는 제가 죽어 가면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김민식 씨가 얼마 전 구술한 글)

이번 사진들은 경기 의정부시 경민대 사진학과 조승래, 박찬학 교수가 최근 한 달간 학생 20여 명과 함께 전국의 병원, 재활원, 통합교육기관 등 30여 개 기관에서 찍은 것들이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초중고교생과 장애인 1명 및 보호자는 무료. 02-720-7002

허문명 기자 ange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