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억울해/아그네스 바흐동 지음·카산드르 몬토리올 그림·김영신 옮김/61쪽·6800원·푸른나무(초등 1, 2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동화의 ‘그 후 이야기’를 쓴 동화책. 익숙한 동화를 토대로 새로운 동화를 만들어냈다.
‘일곱 난쟁이와 백설공주’는 왕자님과 함께 왕궁으로 떠난 백설공주의 결혼식에 초청받은 일곱 난쟁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 아이들이 ‘주인공’ 위주로 동화를 따라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변 인물’로 관심의 대상을 확대하도록, 나아가 기존의 시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힘을 키우도록 도와준다.
가령 원작 동화에서는 첫째, 둘째, 셋째 등으로만 나오는 일곱 난쟁이지만, 이 책은 이들에게 각각 이름을 줬다.
왕궁에 간 일곱 난쟁이는 난생 처음 먹는 음식이며 옷가지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백설공주는 힘든 광원 일은 그만두고 왕궁에서 편안히 지내자고 권한다. 난쟁이들이 고심 끝에 내리는 선택이 바로 이 책의 메시지.
‘토끼는 억울해’는 라퐁텐의 우화 ‘토끼와 거북이’ 그 후의 이야기다. 토끼는 억울하다. “그 늙고 말라비틀어진 고추 같은, 멍청이 오줌싸개 짠지 무 같은 라퐁텐이란 거짓말쟁이 때문에 나와 이 세상 모든 토끼들이 웃음거리가 됐기 때문”이란다. 친구들이 “이야기는 그냥 이야기일 뿐”이라고 아무리 달래도 토끼 귀엔 들어오지 않는다.
이 책은 느림보 거북이가 날쌘 토끼를 이긴다는 ‘말도 안 되는’ 동화 때문에 실추된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토끼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간다. 토끼는 늑대에게 잡혀간 아기 두더지를 구하기 위해 숲 속에서 가장 무서운 늑대에게 달리기 시합을 제안한다.
논술 때문인지 아이들의 ‘사고력 키우기’가 엄마들의 관심사다. 굳이 학원에 보내고, 비싼 교재를 사지 않더라도, 평소 책을 읽을 때마다 동화가 주는 교과서적인 교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인공이 아닌 주변 인물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거나, ‘동화, 그 후의 이야기’를 직접 지어내 보도록 하는 것도 아이들의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좋은 훈련이 될 듯하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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