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손톱은 ‘손톱의 때만도 못하다’ ‘손톱만큼도 없다’ 등의 표현도 있을 만큼 사소하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신체 부위. 하지만 무대 위에서 손톱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한국무용가 이은주 씨는 “한국무용에서 손은 유일하게 의상 밖으로 노출되는 신체 부분인 만큼 그 손에 표현력을 집중해 담아내야 한다”며 “손끝을 통해 열림과 닫힘, 긴장과 이완을 표현해 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섬세한 손끝 놀림을 위해 한국무용을 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손톱을 기르곤 한다”고 설명했다.
손톱이 길면 손가락 끝이 가냘프게 모아져 예뻐 보이는 효과도 있다. 물론 대극장의 경우 관객들은 멀리 무대 위의 긴 손톱을 알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무용수들은 “관객들은 모르더라도 춤추는 사람들은 긴 손톱 끝에서 춤의 여운을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춤은 겉으로 드러나는 선보다 표현되지는 않지만 내적으로 흐르는 기가 중요한 만큼 호흡이 손끝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손톱을 자르면 마치 호흡이 가다가 끊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공연을 앞두고는 항상 손톱을 기른다.”(국립무용단원 김미애 씨)
결국 외적인 손의 아름다움이 아닌 내적 표현 수단으로서 손의 중요성 때문에 손톱을 기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손톱을 기르더라도 매니큐어를 칠해선 안 된다. 심지어 색깔 없이 광택이 나는 투명 매니큐어도 금물.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이 조명을 받으면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발레에서는 무용수들이 손톱을 기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여자 무용수의 긴 손톱은 파드되(2인무)를 출 때 자칫 상대 남자 무용수를 할퀴거나 상처를 주는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 또한 같은 이유로 결혼한 무용수들은 춤을 출 때만큼은 결혼반지를 빼고 무대에 오른다.
한국무용의 경우 긴 손톱 때문에 상대방이 다치는 경우는 없다. 전통 무용에서는 독무가 대부분이기 때문. 창작 한국무용에서는 남녀가 함께 추는 춤이 등장하는 경우도 많지만 서로의 몸이 ‘닿을 듯 말 듯’ 할 뿐 발레처럼 남녀의 신체가 밀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찮게 여기기 쉬운 손톱. 하지만 무용가들에게만큼은 우리 춤과 서양 춤의 기본적인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신체 부위일지도 모른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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