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공하기 위해서는 뿔을 뽑아야 하는데, 解(풀 해)는 소(牛·우)의 뿔(角)을 칼(刀·도)로 해체해 내는 모습이다. 옛날 제사를 지낼 때 짐승을 잡아 바쳤는데, 희생물로 쓸 짐승을 묶어(束·속) 놓고 배를 가르고 뿔(角)을 뽑으려 할 때 ‘죽기를 두려워하는 짐승의 모습’을 그린 글자가 속(곱송그릴 속)이다.
이렇게 분리해 낸 뿔은 표면을 장식하여 고급 잔으로 사용했는데, 고(술잔 고)는 아래 위가 나팔처럼 벌어진 큰 키의 잔을, 굉(뿔잔 굉)은 빛(光·광)을 발하듯 겉면을 화려한 무늬로 장식한 코뿔소의 뿔로 만든 잔을 말했다. 또 』(잔 치)를 구성하는 單(홑 단)이 원래 윗부분은 돌 구슬(石球·석구)을 맨 줄을 던져 짐승의 뿔이나 다리를 묶을 수 있도록 고안된 사냥 도구를 아랫부분은 큰 뜰채를 그렸음을 고려한다면, 이는 사냥(單)이나 전쟁에 나갈 때 수확과 승리를 기원하며 마시던 뿔(角)로 만든 술잔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가 하면, 필(악기이름 필)은 서역에서 중국으로 수입된 가로로 된 피리(필“·필률)를 음역한 글자인데, 음역 과정에서 모두 함께(咸·함) 들을 수 있는 뿔을 깎아 만든 뿔피리(胡角·호각)처럼 생긴 악기라는 의미를 담았다.
나머지, 觸(닿을 촉)을 구성하는 蜀(나라이름 촉)은 원래 머리 부분이 크게 돌출된 애벌레를 그렸고 이후 지명으로 가차되자 (충,훼)(벌레 충)을 더해 촉(나비 애벌레 촉)으로 분화한 글자이다. 그렇다면 觸은 애벌레(蜀)에 돌출된 뿔(角)처럼 생긴 觸手(촉수)를 말하며, 이로부터 ‘接觸(접촉)’의 의미가 생겼을 것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