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세계화는 필수…‘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세계화를 비판하기보다는 그것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과감하게 모험에 나서라.” 미국경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 온 레스터 서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화를 미국화라고 비판하기보다는 대담한 모험정신을 지니고 세계화에 동참하라고 충고한다. 사진 제공 청림출판
“세계화를 비판하기보다는 그것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과감하게 모험에 나서라.” 미국경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 온 레스터 서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화를 미국화라고 비판하기보다는 대담한 모험정신을 지니고 세계화에 동참하라고 충고한다. 사진 제공 청림출판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레스터 서로 지음·유병규 박태일 옮김/382쪽·1만8000원·청림

미국의 경제학자 레스터 서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민주당의 정책 브레인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그는 미국 내 빈부 격차를 비판해 왔다. 그는 대표작인 ‘제로섬 사회’(1980년)에서 미국 사회에서 누군가의 이익은 다른 누군가의 손해로 이어져 이해 득실의 총합이 제로가 되기 때문에 진정한 개혁이 힘들다는 비관적 견해를 제시했다.

그런 그가 세계화가 빈부 격차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하는 반세계화주의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우선 세계화가 선진국과 부자들에게만 유리하다는 주장은 진실의 일면일 뿐이라고 말한다. 세계 모든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시장환율 기준으로 환산하면 선진국에 사는 10억 명이 80%를 생산하고, 개발도상국에 사는 50억 명이 나머지 20%를 생산한다. 그러나 이를 국가별 상품과 서비스 구매력을 뜻하는 구매력평가지수(PPP)로 환산하면 선진국과 개도국의 생산비율이 55 대 45가 된다. 세계화가 개도국 사람들의 실질적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고 해석될 수 있는 통계다.

그는 세계화를 바라볼 때 이 둘을 함께 바라보는 복안(複眼)이 필요한데 반세계화주의자들이 비관적인 면만 바라본다고 비판한다. ‘괴물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주장은 괴물이 없다는 것을 완벽히 증명할 때만 가라앉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세계화를 미국화로 바라보는 것도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인들은 매년 수익성 좋은 기업에서도 60만∼80만 명씩 해고당하고, 유럽의 표준휴가일수인 6주 휴가를 채우는 경우가 없다. 그래도 불평하는 미국인은 적다.

프랑스 기업인 비방디가 미국 영화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인수했을 때 프랑스가 미국문화를 매수한다면서 분통을 터뜨린 미국인은 없었다. 오히려 프랑스에서 비방디 케이블 채널의 미국화를 우려하는 항의가 일어났다.

서로 교수는 이를 두고 “다른 국가의 사람들이 미국만큼의 성과를 내고 싶어 하지만 미국인들이 그런 성과를 얻기 위해 취한 조치를 시행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미국을 갈망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희생은 치르지 않으려는 ‘놀부 심보’가 미국에 대한 원망을 낳는다는 분석이다.

그는 세계화의 수혜자가 결국 기업과 개인이 될 것이며, 미국을 포함한 국가 역할의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미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로 교수가 세계화가 야기할 위험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만성 재정적자가 야기할지 모를 달러 가치의 급락, 지적 재산권 보호의 실패에 따른 지식기반 경제의 성장동력 상실, 공공 영역의 투자 감소 등이 그 함정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지식혁명으로 불리는 제3차 산업혁명, 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른 글로벌경제의 도래, 전세계적인 자본주의 사회로의 이행이라는 3대 혁명 때문에 세계화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 같은 환경에서 성공에 필요한 것은 게임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게임의 규칙을 배우는 것”이라고 서로 교수는 충고한다. 그것은 ‘괴물’이 있을지도 모를 바다를 향해 떠나는 대담한 용기를 지니는 것이다.

저자의 시각은 다분히 미국 중심적이다. 미국과 다른 국가들 사이에 경제, 군사적 불균형이 발생한 데에는 유럽과 일본의 책임이 크다거나 미국 문화가 전통문화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가 시대에 뒤처진 것이라는 인식들이 그런 것이다.

이 책은 현실주의에 투철하다. 현실주의는 원인과 결과가 꼬리를 무는 순환 논리를 따른다. 그래서 “맞아”라고 고개를 끄덕일 순 있다. 하지만 “옳다”고 손뼉을 치는 건 다른 문제다. 때때로 경제학자들은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원제 ‘Fortune Favors the Bold’(2003년).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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