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용 창작동화’라는 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계몽’ ‘교훈’ 정도가 아닐까? 더구나 ‘입양아 문제와 청소년 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책에 대한 설명 문구는 되레 이 책을 시큰둥하게 집어 들게 만든다(사실, 뭔가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것치고, 재미있게 잘 다룬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 다행히 이 책은 ‘입양아’나 ‘청소년 성 문제’ 등 자칫 심각해지기 쉬운 소재의 무게에 눌리거나 뭔가 교훈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지 않았다. 화자(話者)를 초등학교 5학년 소년으로 내세움으로써 고민의 크기와 무게는 ‘몽정을 처음 경험한’ 10대 초반 소년의 수준에 맞춰진 덕분이다.
“으으…. 성가심!” “오, 절대 아님!” “아무리 그래도 소용없음!” 등 인터넷 채팅에서 즐겨 사용되는, 명사로 종결되는 요즘 아이들의 입말 같은 문체도 발랄하고 감각적이다.
주인공은 초등 5학년생 동준. 입양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고모의 부탁으로 동준이네 집에 노르웨이로 입양된 동갑내기 소년 요나스(철현)가 오게 된다. 처음엔 철현이를 성가시게 생각하던 동준은 생모를 찾아 한국에 올 수밖에 없었던 철현이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입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철현이의 생모 찾기와 함께 동준이가 따르는 모범생 사촌형인 지민이의 비밀은 또 하나의 이야기 축을 이룬다. 고등학교 2학년인 지민이는 여자친구가 임신한 뒤 가출하자 죄책감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역시 가출한다.
저자는 청소년 성 문제를 주인공이 직접 겪는 이야기로 풀어가는 대신 이처럼 한 발짝 떨어져 사촌형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상황으로 설정함으로써 ‘10대의 임신’을 구체적으로 다뤄야 하는 부담을 피하면서 초등학생의 눈높이에서 이를 생각해 보도록 했다.
별개로 전개되던 두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은 집안 어른들이 임신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TV에 방영된 철현이 생모 찾기 다큐멘터리를 보며 연방 눈물을 훔치던 어른들도 막상 ‘집안일’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애들이 애를 낳아 어떻게 길러? 그래서 고모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혹시 걔들이 자꾸 우겨서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입양 같은 걸 보낼 수 있으려나 싶어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섣부른 교훈이나 감동을 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 생모 찾기나 임신 등 두 이야기 중 어느 하나도 상투적인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제1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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