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수프… 디저트… ‘千의 요리재료’ 아몬드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08분


코멘트
○ 다채로운 아몬드 요리

아몬드는 단일불포화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혈관에 해로운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춰 주며 노화를 늦춰주는 비타민E도 풍부하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가 ‘건강관리 10계명’ 중 하나로 하루 한 줌의 아몬드를 먹으라고 권장할 정도다. 껍질째 먹었을 때 효과가 좋다.

한국에서는 아몬드를 안주로만 먹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수프 리조토 디저트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해 먹는다. 내파밸리의 유명한 프랑스 식당 ‘피노 누아’의 그레그 스틸먼(30) 총주방장은 “아몬드는 씹는 맛이 좋아 샐러드나 수프에 넣어도 좋고 쇠고기보다 가금류 요리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는 아몬드와 포도, 마늘, 빵가루에 와인식초와 올리브오일을 넣어 믹서기로 갈아낸 가스파초(스페인식 차가운 수프)를 내놨다. 9월 제철을 맞은 포도의 상큼한 맛과 아몬드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울린다.

쌀에 오징어와 새우, 아몬드, 토마토 케첩과 다진 마늘을 넣어 이탈리아식 볶음밥인 리조토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 케첩 대신 아몬드 밀크를 이용하면 크림의 풍부한 맛이 난다.

아몬드에 타바스코소스와 우스터소스, 소금, 겨자 등을 묻혀 오븐에 30분가량 구워내면 매콤하고 짭짤해 안주로 좋다.

○ 수확부터 제품화까지 기계로

아몬드는 지중해가 원산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는 결혼식에서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뜻으로 신랑 신부에게 아몬드를 뿌린다. 기념일에 하양(결혼) 빨강(졸업) 초록(약혼) 은색(결혼 25주년) 금색(결혼 50주년) 등 색색으로 코팅한 아몬드를 선물하는 것도 오랜 전통이다.

아몬드가 캘리포니아에 상륙한 것은 스페인 선교사들이 포교 활동을 위해 진출하기 시작한 18세기 중반. 이후 천혜의 기후 조건과 현대화된 농업 기술에 힘입어 세계 최대 산지로 자리잡았다. 아몬드 ‘원조국’인 스페인의 세계 아몬드 시장 점유율은 현재 10%에 불과하다.

요즘 센트럴 밸리 곳곳에서는 아몬드 레인(Almond Rain)이 내린다. 막대 또는 기계를 이용해 나무를 흔들면 한 그루당 최대 8000개에 이르는 아몬드가 비처럼 쏟아지는 진풍경을 일컫는 것. 완전히 익은 아몬드는 막대로 슬쩍 건드려도 떨어지지만 아몬드 셰이커(Almond Shaker)라는 기계를 사용하면 5초 만에 아몬드가 모두 나무에서 떨어진다. 기계팔이 몸통을 잡고 흔드는 방식이다.

떨어진 아몬드는 기계로 수거해 가공 공장으로 가져간다. △이물질 제거 △세척 △외피 제거 △불량품 제거 △크기별 분류 △제품 포장 등 전 공정이 기계로 이뤄진다. 레이저를 아몬드에 쏴 흠집이 있거나 부서진 것, 불순물이 묻은 아몬드를 골라낸다. 아몬드 가공업체인 마리아니사(社)의 존 아귀어(35) 씨는 “아몬드 수확이 시작되는 8월 중순부터 이듬해 5월 초까지는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벌 없으면 아몬드도 없다

아몬드는 자가 수분(受粉)과 인공 수분이 불가능하다. 아몬드 나무에 꽃이 피면 벌이 수분을 해준다.

벌들은 서로 다른 품종의 아몬드 나무를 번갈아가면서 수분을 돕는데 아몬드 재배 지역이 워낙 넓어 센트럴 밸리에 자생하는 벌들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때문에 해마다 아몬드 나무의 개화기가 되면 150만 개에 이르는 벌통을 센트럴 밸리로 공수해 온다. 이는 미국 양봉산업에서 확보하고 있는 벌통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양이다.

아몬드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벌의 생장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벌 확보는 미국 아몬드 산업이 당면해 있는 시급한 과제라고 댄 커밍스(50)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국제위원회장은 설명했다.

내파(캘리포니아)=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