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어른 만을 위한 휴식처’를 표방하며 2년 전 문을 연 온천 및 마사지 복합 시설인 ‘스파 라쿠아’다.
도쿄 시내의 온천 개발 붐에 맞춰 등장한 라쿠아는 ‘목욕은 남녀가 따로, 휴식과 마사지는 남녀가 함께’라는 콘셉트로 등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다른 업소들이 가족 고객을 겨냥해 입장객의 연령 제한을 두지 않은 것과 달리 만 18세 이하의 입장을 사절해 실내가 늘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커플 고객은 입구에서 각각 따로 들어가 실내와 노천을 오가며 온천욕으로 피로를 푼 뒤 남녀 공용의 휴게 공간에서 만나 명상 음악을 감상하며 마사지를 받는다. 중국식, 태국식, 일본식 등 3개국 전통 마사지를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다. 발 마사지 전문점, 남녀가 함께 이용하는 미용실, 여성 전용의 피부관리업소도 성업 중이다.
1시간 코스의 마사지를 받으려면 입장료를 합쳐 1만엔(약 10만 원)가량 지출해야 하지만 ‘라쿠아 마니아’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성인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혼자 온 여성도 자주 보인다. 20대 후반의 한 미혼 여성은 “온천욕과 마사지로 피로를 풀고 놀이공원의 야경을 감상하면서 맥주로 목을 축이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고 말했다.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해 일본의 샐러리맨 중에는 어깨 또는 목 근육이 뭉치는 증세를 호소하는 이가 많다. 그래서 도쿄 시내의 간판을 살펴보면 마사지, 안마, 한방 침 시술 등 이른바 ‘릴랙세이션(Relaxation) 업소’가 많다. 허름한 건물에 있어 퇴폐업소를 연상하기 쉽지만 대부분 직장인이 30분∼1시간쯤 피로를 풀 수 있는 건전 업소다.
한 통계에 따르면 정식 침술 업소를 제외하고 안마와 마사지를 주 업종으로 하는 릴랙세이션 업소는 일본 전국에 약 5만 곳에 이른다.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해 시장 규모도 9000억 엔(약 9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사지업이 새로운 레저 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최근엔 전자오락 게임과 마사지를 결합한 시설도 들어섰다.
7월 도쿄 서북부의 교통 요충지인 이케부쿠로에 문을 연 ‘리라쿠의 숲’이 그곳. ‘리라쿠’는 ‘릴랙세이션’을 줄인 일본식 영어다.
전자오락기 제조업체인 나무코 사가 운영하는 게임 테마 파크인 ‘나무코 난자타운’의 한쪽에 발 마사지, 전신 마사지, 태국식 마사지, 인도식 마사지, 온욕 등 8개 코너가 자리를 잡았다. 업소 측은 “게임에 빠진 10, 20대 고객에게 게임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기회를 주기 위해 개설했다”며 “육체의 피로는 마사지로, 정신의 피로는 게임으로 풀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인기 코너의 경우 주말엔 4시간이나 기다려야 할 정도로 성황이다.
마사지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요즘은 발이나 두피 등 신체의 특정 부위만 마사지하는 틈새 시장도 등장하고 있다. 영국식 발 마사지가 크게 히트하자 두피를 자극해 머리의 혈류 흐름을 원활히 해준다는 두피 마사지도 나왔다. 70분 서비스에 5000엔(약 5만 원)을 내야 하는데도 “서비스를 받은 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라는 입소문이 번지고 있다.
마사지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자 할인점과 고급 호텔도 앞 다퉈 이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할인점 체인인 돈키호테가 작년 말과 올해 초 유동 인구가 많은 신주쿠와 우에노의 점포에 마사지룸과 미용실을 갖춰 젊은 여성 고객 확보에 나섰다. 일부 호텔들도 25∼35세의 일하는 여성을 타깃으로 삼아 암반욕과 마사지, 피부관리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한 여성 잡지 편집장은 “전에는 남성 직장인을 겨냥한 단순 안마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피로 해소와 피부 관리를 동시에 원하는 여성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마사지와 미용의 융합’이 새 트렌드로 정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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