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꿈보다 해몽’이라고, 극장에 들어서는 관객이 영화 ‘나이트 플라이트’에 기대하는 내용이 미국인의 집단무의식처럼 거창한 것일까. 그들의 소망은, 영화가 상영되는 75분 동안 이것저것 다 잊고 제대로 가슴 한번 졸여보고 싶은 ‘소박한’ 쪽에 가까울지 모른다. 이런 뜻에서 9일 개봉되는 ‘나이트 플라이트’는 절반의 성공이다.
미국 고급호텔에서 VIP 손님 예약을 전담하는 호텔리어 리사(레이철 맥애덤스)는 마이애미로 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잭슨(킬리언 머피)이란 남자의 옆자리에 앉는다. 매력적인 남자에게 끌리는 리사.
그러나 달콤한 꿈은 오래가지 않는다. 잭슨은 국토방위부 차관을 암살하기 위해 리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테러리스트였던 것. 잭슨은 자신이 원하는 호텔방으로 차관을 옮기지 않으면 즉시 동료 테러리스트에게 전화를 걸어 리사의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리사와 잭슨의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자, 그러면 리사는 어떤 기막힌 방식으로 잭슨의 마수에서 벗어날까? 이런 기대가 무르익는 순간 영화는 엉뚱한 반전으로 접어든다. 리사가 ‘머리’가 아닌 ‘육체’의 힘으로 악당에게 일격을 날리는 것이다. 비행기라는 폐쇄공간을 견디지 못한 건 리사가 아니라 이 영화가 아닐까. 영화는 비행기란 한정된 공간에서 사건을 더 꾸며낼 아이디어가 부족했던지, 무대는 지상으로 이어져 악당과 리사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계속된다.
가면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무계획적일 뿐 아니라 연약해 보이기까지 한 잭슨에 비해, 한결 잔혹하고 강력한 방식(하키 스틱, 하이힐 등 각종 ‘무기’가 총동원된다)으로 반격하는 ‘피해자’ 리사에게 관객이 감정이입을 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살기 위한 몸부림의 수준을 넘어 ‘과도한 응징’을 내리는 리사의 모습이 9·11 이후의 미국이라면 미국이겠지만…. 15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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