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인은 구석기인보다 더 잘 먹었을까? 헬레니즘은 정말 그리스 문화와 동방 문화의 융합이었을까? 중국인은 유럽인보다 지동설을 늦게 알았을까?”
대답은 모두 ‘아니다’이다. 당연하게 여겼던 역사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고정관념이 깨지고 과거를 새롭게 볼 수 있다.
과거를 아는 것은 현재를 아는 것이다. 왜 지금 우리가 이런 식으로 살게 되었는지 원인을 알아야 새로운 대안도 찾을 수 있다. 역사 현장을 체험하면서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법, 이 책은 문화사를 통해 그 방법과 내용을 가르쳐 준다.
예를 들어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현대인은 침실, 식당, 거실 등으로 나뉜 집을 짓는다. 하지만 ‘사생활’ 개념이 없었던 중세 유럽의 농가에서는 마치 원룸 같은 큰 공간으로 집을 지었다. 역사를 국가의 형성이나 자본주의의 발전 같은 거대한 것들로만 보지 않고 일상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차원의 원인과 결과를 설정하는 방법도 익히게 된다. 근대 문명의 상징인 기차의 도입은 속도의 혁명을 가져다주었지만 인간에게서 시간과 공간의 체험을 빼앗아 갔다.
또한 후추 같은 향신료는 아시아에서 수입하는 것이어서 가격이 매우 비쌌다. 그래서 신분이 높고 부유한 사람들만 먹을 수 있었다. 결국 후추를 원하는 유럽인의 혀가 해외 팽창의 원인이 된 셈이다.
이렇게 문화사를 추적하다 보면 신화나 동화 같은 이야기들의 숨은 맥락을 추리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왜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전달했을까? ‘길가메시 서사시’나 ‘헨젤과 그레텔’ 같은 이야기들은 이 세상이 험하다는 것과 용기 있게 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노트르담의 꼽추’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뜻밖에도 19세기 도시의 민중을 대변한다. 위협적인 군중이나 도시 노동자의 거친 이미지를 담은 이 괴물들은 정상 인간이 되어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함께 갖고 있다.
역사를 공부할 때 암기보다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학교에서 배운 각 시대의 정치 제도나 경제적 특징들을 뼈대로 삼아 과거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그려내 보자. 문화사를 익히면서 응용력을 높인다면 새로운 지식에 더해 구술이 강조하는 사고력도 한층 탄탄해질 것이다.
권희정 상명사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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