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니, 피터니 하는 아이들이 등장하는 외국 그림책보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 책이 더 낯설고 ‘먼 나라 이야기’ 같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은 ‘두꺼비’도 ‘논’도 실제로 볼 기회가 거의 없으니까.
이 책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한 해 동안 시골 마을에서 ‘두꺼비 논’을 일구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른 봄, 알에서 깨어나 논에서 헤엄치던 두꺼비 올챙이가 모두 죽었다. 풀에 뿌린 제초제 때문이었다. 이듬해 두꺼비들은 산에서 내려와 논에 다시 알을 낳았다. 이번에는 올챙이를 살려보자고 미술교사인 저자를 포함해 자연 배움터 ‘도토리교실’ 회원인 어른들과 아이들이 힘을 합쳐 ‘두꺼비 논’을 마련했다.
이들은 농부인 한 할아버지에게서 작은 논을 빌린 뒤 올챙이가 클 수 있도록 농약도 제초제도 안 쓰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과연 올챙이는 무사할까? 농사는 잘 될까?
이 책은 흡사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한 해 동안 두꺼비 논에서 일어난 일들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생태 관찰 기록처럼 딱딱한 문체로 쓰는 대신, 이야기를 들려주듯 다정다감한 말투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생각과 소감을 자연스럽게 풀어놓는다.
“…찰랑거리는 물 위로 삐죽삐죽 머리를 내민 벼 잎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견스럽기도 하고 왠지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저 녀석들은 이제 곧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무럭무럭 자라겠지요.”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판을 나르는 이야기, 올챙이뿐이던 논에 물벼룩, 물방개, 거머리, 게아재비에 미꾸라지가 북적대기 시작한 것, 비를 맞으며 피사리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와 함께 중간 중간에 숲이 만들어지는 과정, 두꺼비의 한살이 등 자연에 대한 정보도 쏠쏠히 담아 놓았다.
교과서에서 결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자연은 말없이 가르친다. 아이들은 직접 논을 일구면서 ‘벼는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기도 하고, 청개구리의 우는 소리를 듣고 비가 올 것을 알아차리기도 한다.
도시를 벗어나 논에 발을 담글 일이 없는 아이들에게 간접 체험 삼아 권해볼 만한 책이다.
■두꺼비 텃밭에 사는 곤충들은요…
▽지렁이
흙 속에 살면서 오염된 흙을 먹고 건강한 흙은 몸 밖으로 내보냅니다. 그 흙을 ‘분변토’라고 하지요. 지렁이가 다닌 길로 빗물과 공기가 들어가면 땅도 숨을 쉴 수 있습니다. 건강한 밭일수록 지렁이가 많죠.
▽늑대거미
늑대거미는 부지런히 밭을 다니면서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습니다. 밭에 거미가 많이 살수록 곡식을 해치는 벌레들이 줄어들어요.
▽땅강아지
땅속에 사는 곤충입니다. 땅굴 파기 명수예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덮여 맨흙 기가 힘들어지면서 땅강아지도 쉽게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무당벌레
진딧물을 잘 잡아먹기 때문에 농사에 큰 도움을 줍니다. 무당벌레를 잘 이용하면 농약을 치지 않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어요. 무당벌레가 짝짓기를 하고 있습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