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채,치)는 고양잇과에 속하는 육식동물을 지칭한다. 먹잇감을 정확하게 잡는(勺·작) 豹(표범 표), 재주(才·재)가 많은 豺(승냥이 시), 곧고 큰(干·간) 몸통을 가진 +(들개 한), 굴속으로 잘 들어가는(各·각) (맥,학)(학·오소리 학), 마을(里·리)까지 출몰하는 (리,이)(살쾡이 리), 먹잇감을 뚫어지게 노려보는(,·관) -(이리 환)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한나라 때의 ‘爾雅(이아)’라는 사전에서는 ‘발이 있는 벌레를 蟲(벌레 충)이라 하고 발이 없는 것을 (채,치)라고 한다’고 하여, 지렁이 같은 벌레를 말했으나, 실제 복합 한자에서는 용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 (채,치)는 고대 중국에서 是非(시비)와 曲直(곡직)을 구분할 수 있다는 신비스러운 동물인 해(채,치)(해치)를 말하기도 한다. 한나라 때의 ‘神異經(신이경)’이라는 책에는 ‘동북 지역에 양처럼 생긴 짐승이 있는데, 뿔은 하나이고 푸른 털에 네 발을 가졌다. 성질이 충직하여 싸우는 사람을 보면 곧지 않은 자를 뿔로 받아 버리고, 논쟁이 벌어진 것을 들으면 옳지 않은 자를 물어 버린다. 이 동물을 해(채,치)라 하는데, 달리 任法獸(임법수·법을 관장하는 동물)라고도 한다. 감옥은 언제나 동북쪽에다 설치하는데, 이 동물이 있는 방향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법관이 쓰는 모자를 해(채,치)冠(해치관)이라 부르고, 법복에도 해(채,치) 무늬가 들어갔다.
나머지 貌(모양 모)는 원래 모로 윗부분은 머리를 묶어 올린 얼굴을 그렸고 아랫부분은 사람의 측면 모습(인·인)이며, 이로부터 容貌(용모)라는 뜻이 만들어졌고 ‘모양’을 대표하는 글자가 되었다. 그 후 의미를 강화하기 위해 (채,치)를 더해 지금의 貌가 되었으나, 중국의 간체자에서는 다시 원래의 모로 돌아갔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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