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진이다! 방가방가… 언제 왔어?”
“지금 막 왔지. 나도 옷 갈아입고 나올게.”
그 후 10분 간격으로 이효리(26)와 성유리(24)가 도착했다. 이날은 바로 여성 4인조 그룹 ‘핑클’이 3년 반 만의 신곡 ‘파인 킬링 레이디’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는 날이었다. 촬영 도중 휴식 시간이 되면 분장실에서는 “하하”, “호호” 하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담아 둔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는 듯했다. 웃음소리에 이끌려 분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짧은 미니스커트와 롱부츠 차림의 멤버 네 명이 우렁차게 “안녕하세요”를 외쳤다.
○ 공백기 길었지만 해체는 없어요
▽이효리=“저희 지금까지 계속 수다 떨었어요. 오랜만이라 서먹할 줄 알았는데 옛날에 같이 활동할 때처럼 익숙해요. 어찌나 반갑던지…. 막내 유리는 마냥 어리게만 봤는데 요새 연기하는 것 보면 여성스러워졌어요. 주현이는 예뻐졌고 진이는… 한결같은 모습? 하하.”
―디지털 싱글 앨범 ‘파인 킬링 레이디’로 3년 만에 멤버들이 뭉쳤지만 활동은 안 한다고 들었어요. 예전의 ‘핑클’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옥주현=“오랜만에 우리가 뭉친 것만으로도 가요계를 충분히 흔들어 놓을 것 같은데요.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핑클’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다들 ‘핑클 해체한다’라고 생각하셨겠지만 저희 이렇게 다시 뭉쳤잖아요. 해체할 이유가 없어요.”
10월 중순에 발매되는 핑클의 디지털 싱글 앨범은 MP3 파일 형태로 인터넷상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총 세 곡이 수록되는 이번 싱글 앨범의 타이틀곡은 힙합 댄스곡 ‘파인 킬링 레이디’로 그룹명 ‘핑클(Fin.K.L)’의 원뜻인 ‘파인 킬링 리버티(Fine Killing Liberty)’를 변형해 만든 제목이다. 나머지 두 곡은 발라드와 미디엄풍의 댄스곡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데뷔 초 청바지와 흰 티셔츠 차림이었는데 지금은 섹시 그룹 다 됐네요. 이제 ‘핑클’도 시집갈 때가 다 된 것 같아요.
▽성유리=“저한테 ‘섹시하다’고 하면 놀리는 것 같아요. 하하. ‘핑클’도 마찬가지죠. 나이에 맞게 모습도 달라지겠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곡 자체의 느낌이에요. 청순한 곡을 부른다면 지금이라도 데뷔 초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답니다.”
▽이효리=“요새 무조건 벗고 야한 눈빛 보내는 여가수가 많은데 전혀 섹시하지 않거든요. 운동하며 땀 흘리는 사람이나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진짜 섹시한 거랍니다. 밝고 건강한 게 최고죠.”
○ 이젠 군인 아저씨들보다 누나죠
1998년 ‘핑클’의 등장은 ‘HOT’, ‘젝스키스’로 대표되던 남성 그룹 위주의 가요계에 여성 그룹의 시대를 맞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청순함과 깜찍함을 앞세워 데뷔 앨범에서 ‘블루레인’, ‘내 남자 친구에게’, ‘루비’를 연속 히트시켰다. 이후 2집 ‘화이트’로 5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했고 3집 ‘나우’, 4집 ‘영원’까지 인기를 이어 나갔다.
2005년.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3년 반 만에 뭉친 멤버들. 그러나 촬영이 끝나면 멤버들은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이효리는 2집 준비, 옥주현은 뮤지컬 ‘아이다’ 연습과 라디오 진행, 성유리와 이진은 연기 연습…. ‘핑클’의 미래는 불안하다. 하지만 언제든 뭉치겠다는 각오만큼은 반갑다.
▽이진=“‘SES’와 라이벌이었다는 것도, 7년간 해체 안 하고 활동한 것도 모두 뿌듯하죠. 많은 분들이 저희를 두고 ‘대표 여성 그룹’이라고 하시는데 자랑스러워요. 앞으로도 그렇게 남고 싶어요.”
▽이효리=“‘핑클’의 롱런도 중요하지만 후배 여성 그룹들에 귀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다만 ‘핑클’ 하면 군인들의 로망이었는데 지금은 채연 씨가 최고라면서요? 하긴, 우리가 이제 군인 아저씨들보다 누나죠? 하하.”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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